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프랑스의 미식 평가 등급 '미쉐린(미슐랭) 별'은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으로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뜻으로 별 3개가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
별 3개를 받은 식당은 전 세계에 145곳 뿐인데, 별 1개만 받아도 유명세로 고객 유치 효과가 있다는 게 업계의 상식입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얻으며,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는데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 사진 = 미슐랭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미쉐린 식당에 대한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습니다.
런던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타임스 미식란에 소개된 가게들을 봤더니 2019년 기준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의 경우 40%가 5년 사이 문을 닫았다는 내용을 발표한 건데, '미쉐린 별의 저주',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기사 댓글 캡처
누리꾼들은 "막상 기대하고 가보면 실망이 더 큰 곳이 많음", "거품이란 소리지 뭐", "파인 다이닝 몇 번 먹어보면 솔직히 허세와 허영을 먹는 느낌이다", "이번에 흑백요리사에서 미슐랭 별 단 셰프들이 흑수저한테 져서 떨어진 거 보면 말 다했지", "언제부터 미슐랭이 레스토랑업계의 시금석이 되었나?", "미슐랭이 절대적인 기준도 아니고 일개 기업에서 하는 건데 뭐가 되는 양 너무 과대평가된 것",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맛은 '그닥', 금액은 '허걱', 가겠니?"라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슐랭 별을 받는 순간 사람들이 찾아오며 트집을 잡기 시작하고 그 트집에 대응 하다 보니 100달러 하던 게 130달러로 오르게 된다. 거기에 미슐랭 1스타에 맞게 월급을 주다 보면 150달러 이상 찍으니, 결국 손님들은 '엥? 이게 왜 150달러?'라며 망하는 것", "업계인들 말로는 30만원 코스에 마진이 8-9,000원 정도 남는다고 말하던데"라며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또 "미슐랭을 받으려 발 버둥치기 보다는 고객과의 호흡이 더 중요하고 고객 중심으로 하면 되는 거다. 미슐랭 타이틀 유지하려다 보면 스트레스가 엄청 클텐데 그 스트레스에 시달릴 바에 차라리 장사하는 본질에 집중하는 게 훨씬 나을 듯"이라고 조언하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미쉐린, 정말 거품일까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먼저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쉐린 가이드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 시스템이지만 주관성, 지역적 불균형, 비용 부담, 요리 스타일 제한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며 "평가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심사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 주로 유럽과 미국 등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레스토랑들은 충분히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개선되지 않으면 권위와 명성이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평가 제도가 있으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면서도 "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을 경우엔 무작정 그 평가 결과를 따라간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역시 "한국의 미쉐린 평가는 누가 심사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심사관 신분이 비밀에 쌓여 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서 평가를 할까, 그것이 과연 공정할까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이른바 '미쉐린 별 뒷거래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식당 윤가명가 측이 "미쉐린 측이 1년에 4만 달러(약 5,000만 원)가 넘는 '컨설팅 비용'을 요구했고 해당 제안을 거절하자 책에 등재가 취소됐다"고 폭로한 겁니다. 이에 그웬달 뽈리넥시 미쉐린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자체적으로 내사를 벌였지만 미쉐린 직원들은 논란과 어떠한 여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고객과 미쉐린 레스토랑 사이 이질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평가하는 사람들의 기준이지, 한국 음식을 오래 전부터 먹어왔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판단과 똑같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하나의 지표나 정보가 되기엔 조금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용재 평론가는 실제 3스타였던 '모수'와 '가온'의 운영난을 예로 들며, 국내 미쉐린 식당이 별을 받는 영광은 더 없이 크지만 장사가 잘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베를린의 고급 식당 버블은 이미 터졌는가? 독일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위기'라는 제목의 유로뉴스 기사 / 사진 = 유로뉴스 홈페이지 캡처
'별의 저주'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미쉐린 3스타 식당을 운영하던 20년 경력의 프랑스 출신 셰프 비올리에의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며 "유명 셰프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대외적인 평판이 조금이라도 훼손 될까 걱정을 많이 한다. 외부 평가가 있다 보니 좋은 음식을 만들고 고객들의 인정을 받는 본질적인 측면보다는 누가 3스타냐, 2스타냐 여기에 집착하게 된다"고 짚었습니다.
이 평론가도 "이미지만 인플레이션 된다는 느낌이 있다. 젊은 셰프들이 지금 별 하나, 두 개를 받으면 앞으로는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결국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렇다면 미쉐린 식당들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이용재 평론가는 "별이라는 점수로 만들어진 권위는 궁극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재 SNS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에 미쉐린에 대한 불신과 불만족이 만들어지니 이 간극을 메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미쉐린은 사람들의 기대를 높여 놓는 경향이 있다"며 " '기대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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