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덥고 긴 올여름, 주변에 감기로 고생하는 이가 많았다. 거기에 코로나19까지 재유행을 맞아 반려인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감기나 코로나를 옮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 하지만 사람과 반려동물은 감기도 코로나19도 바이러스를 공유할 수 없는 관계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로 꼬박 열흘을 앓았다. 코로나 검사를 했으나 음성으로 나왔고, 냉방병이거나 알레르기 비염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약을 먹으며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렸다. 내 몸 아픈 거야 견디면 되는데, 걱정은 수리였다. 종일 붙어 있는데 감기라도 옮으면 어쩌지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찾아보니, 다행히 사람 감기는 개에게 전염되지는 않는단다.
물론 개도 감기에 걸린다. 하지만 개의 감기는 사람의 감기와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들은 각각 특정한 숙주(호스트)를 감염 대상으로 삼는다. 사람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는 ‘라이노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고, 개는 ‘보데텔라 브론키셉티카 바이러스’나 ‘개 아데노 바이러스’ 또는 ‘개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의 표적이다. 따라서 숙주가 다른 사람과 개는 서로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옮기지 못한다.
코로나19는 어떨까. 이 역시 사람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와 반려동물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가 다르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형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네 가지로, 사람이 대상인 것은 베타 변종이고, 반려동물이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알파형이다.
(사진 프리픽freepik)
4년 전 ‘코로나19’가 세상에 처음 존재를 드러냈을 때를 기억한다. 전 세계가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고, 막연함과 무력감의 총구 중 하나가 반려동물을 겨냥했다. 해외에서는 반려동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긴다며 개와 고양이를 버리고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모두 무지에서 비롯된 야만이다. 반려동물이 반려인에게 코로나를 전파한 사례는 보고된 적 없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발표다.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의 반려동물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난 적은 있지만 증상이 미미하거나 없는 정도였고, 이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공교롭게도 내 감기가 끝날 무렵 수리가 재채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감기를 나누는 사이가 아니니, 종일 돌아가는 에어컨으로 인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원인일 테다. 지난한 이 여름이 얼른 지나가기를.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freepik)]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7호(24.9.17-24 추석합본호) 기사입니다]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