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박동규 교수 자택·경주 동리목월문학관서 친필 노트 80권 발견
유작품발간위 “조만간 육필노트 공개”
유작품발간위 “조만간 육필노트 공개”
서정시인 박목월 미발표 육필 시 /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손꼽히는 박목월(1915~1978)이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쓴 미발표 시 290편이 고인이 남긴 노트들에서 한꺼번에 발견됐습니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는 오늘(12일) 박 시인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국문학)가 자택에 소장한 노트 62권과 경북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서 보관 중인 18권의 노트에서 박 시인의 미발표 육필 시가 다량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시인이 1930년대 후반부터 말년인 1970년대까지 쓴 318편의 시들로, 기존에 발표된 시들을 제외하면 총 290편입니다.
유작품발간위는 이 가운데 문학적 완성도가 높고 주제가 다양하며 창작의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난 작품 166편을 선별해 공개했습니다.
시기별로는 1936년, 1939년도로 창작 연도가 표기된 작품들을 포함해 1950년대의 제주를 소재로 한 시들, 1960년대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노래한 작품, 역사적 격동기였던 해방과 한국전쟁 등에 관해 1970년대에 창작한 시편들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말년인 1970년대에 쓰인 시 중에는 기존에 알려진 그의 시풍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작품들이 많습니다.
'슈샨보오이'라는 시는 그중 하나입니다.
"6·25 때 / 엄마 아빠가 다 돌아가신 / 슈샨보이. / 길모퉁이의 구두를 닦는 슈샨·보이 (중략) 이밤에 어디서 자나 슈샨·보이 / 비가 오는데, 잠자리나 마련 했을가. 슈샨·보이"
6·25 때 부모를 잃고 길거리로 나서 구두닦이로 살아가는 소년을 보고서 느낀 연민을 노래한 '슈샨보오이'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미발표 작품 중 하나로 한국전쟁의 참혹함을 서정적인 어조로 그렸습니다.
유작품발간위는 "시의 산문적 형식, 역사적 격변기인 해방과 전쟁, 종군문인단 활동, 조국과 미래를 위한 희망, 내면적 슬픔과 상실의 실체 등"이 "이번 발굴된 작품에 나타난 박목월 문학의 새로움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목월 미발표 시 공개하는 박목월 시인 장남 박동규 교수 / 사진=연합뉴스
유작품발간위에는 우정권 단국대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박덕규 단국대 명예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전소영 홍익대 초빙교수 등 다수의 국문학자가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박 시인의 육필 노트에 적힌 원고들을 활자화하고 분류·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박 교수는 "아버님이 남긴 노트들은 20년 전까지 살아계셨던 어머니가 생전에 지극정성으로 관리하셨고, 어머님 사후 오랫동안 보자기에 싸인 채 보관돼왔던 것들"이라면서 "오랜 시간 그것들을 꺼내 정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후배와 제자들의 도움으로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작품발간위는 이번에 발견된 시들을 연구해 조만간 육필 노트를 일반에 공개할 방침입니다.
이들은 "박목월 시를 현대 미디어와 접목해 시문학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면서 "육필 시의 원본성이 훼손되지 않고 문화유산으로서 후대에까지 널리 보존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그네', '청노루', '이별가', '윤사월' 등의 대표작을 남긴 박목월은 한국 시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서정 시인이자 교육자입니다.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를 많이 썼으며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해방 직후 시집 '청록집'을 펴내 청록파 시인으로 불립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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