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인 지나 앨리스, 제2 피아니스트로서 앨범에 참여
랑랑 "아내에게 우리가 연주를 잘하면 가족, 엉망으로 하면 동료라고 농담"
랑랑 "넬슨스와 태권도 이야기해…집중력 향상·속도 조절에 도움된다 말해"
오는 11월 내한…쇼팽의 마주르카·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들려줘
랑랑 "아내에게 우리가 연주를 잘하면 가족, 엉망으로 하면 동료라고 농담"
랑랑 "넬슨스와 태권도 이야기해…집중력 향상·속도 조절에 도움된다 말해"
오는 11월 내한…쇼팽의 마주르카·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들려줘
현존하는 피아니스트들 중에서 가장 몸값과 이름값이 비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랑랑이 새 앨범 '생상스'로 돌아왔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유럽의 주거주지로 삼아 생활하고 있는 랑랑이 클래식계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지만 아름다운 프랑스의 음악 작품들을 골라 들려주는 앨범을 낸 것입니다.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인 생상스와 인상주의 작곡가인 드뷔시와 라벨, 포레는 물론, 대중에게 다소 낯선 프랑스 여성 작곡가들의 곡들도 수록했습니다. 이번 앨범 작업에는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인 랑랑의 아내 지나 앨리스가 제2 피아니스트로 참여했습니다.
피아니스트 랑랑과 아내 지나 앨리스 [사진=유니버설뮤직]
랑랑은 독일 베를린에서 연결한 온라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어제(8일) 프랑스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부터 주목할 만한 작곡가와 지휘자, 자신의 연주 스타일, 구체적인 내한 연주 계획까지 여러 부분을 내내 유쾌하면서도 소탈한 태도로 들려줬습니다.
아이디 'LL'로 참여한 랑랑의 음악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 가장 좋아해…넬손스, 태권도 지휘에 접목"
'생상스' 앨범에는 유명한 클래식곡인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와 함께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들어갑니다.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대중에게 잘 안 알려져 있지만 랑랑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입니다.
랑랑은 지난해 내한 공연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고, 이 곡에 대해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바흐의 오르간 작품이 떠오르면서도 리스트나 라흐마니노프처럼 웅장하다"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 작곡가의 특징이 모두 묻어 있는 곡"이라 설명한 바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랑랑 [사진=유니버설뮤직]
녹음에 참여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에게는 큰 감사를 표했습니다. 랑랑은 "어떤 지휘자들은 동물의 사육제를 20~30분 정도 리허설하고 녹음하자고 하는데 저는 '그건 별로다,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부 젊은 세대 지휘자들은 곡이 유명하면 리허설을 피하려고 하는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고 훨씬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대로 넬손스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게반트하우스 두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데도 항상 진심을 다해서 리허설에 참여했고 완벽한 선례가 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넬손스의 태권도 사랑도 전했습니다. 랑랑은 "넬손스가 태권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지휘를 할 때 집중력을 향상시키거나 속도를 조절하고 싶다면 태권도를 접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저도 이번에 태권도를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21세기 살고 있으니 새로운 작곡가 발굴해야"
이번 앨범에는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인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포레의 '레퀴엠',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은 물론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탁월한 5명의 여성 작곡가들의 곡들이 랑랑 특유의 자유로운 연주로 녹음되어 담겨 있습니다.
랑랑은 "저는 젊은 지휘자들을 찾고 있고, 또 21세기를 살고 있는 만큼 새로운 작곡가들도 재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즉석에서 프랑스 여성 작곡가 샤를로트 소이(1897–1955)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그녀의 작품을 피아노로 들려주었습니다.
피아니스트 랑랑 온라인 기자간담회 [사진=MBN]
그는 "소이의 곡은 듣자마자 좋아하게 된 곡"이라며 "그녀처럼 숨겨진 아름다운 곡을 작곡한 작곡가들을 발견해내고 이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사티에 비견될 '여성 사티'는 제르맹 타유페르(1892–1983)라고 소개했습니다. 타유페르가 작곡한 '느린 왈츠(Valse Lente)'를 들려주고는 이 곡은 정말 사티와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비슷하게 아름다운 곡이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타유페르의 과거 영상을 보면, 타유페르가 콘서트에서 사티의 음악 또한 자주 연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랑랑은 현재 여성 아티스트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랑랑과 커티스 음악원에서 함께 수업을 들은 급우였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리러 한 등과 협업을 하며 내년에는 미국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로 불리는 안젤 블루와 함께 무대에 섭니다.
"아내는 매우 훌륭한 재능 있는 뮤지션…아들은 우리와 달리 첼로에 빠져"
랑랑이 협업을 하는 여성 아티스트를 말할 때는 랑랑의 아내이자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인 지나 앨리스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지나 앨리스는 이번 앨범에서 '동물의 사육제' 작품의 제2 피아니스트로서 참여했습니다.
피아니스트 랑랑과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 아내 지나 앨리스 [사진=유니버설뮤직]
랑랑은 "지나는 매우 훌륭한 재능 있는 뮤지션"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나가 피아노 연주만 하지 않고 작곡도 하는 싱어송라이터이며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팝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녹음을 앞두고는 지나에게 일부러 무언의 압력과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도전 의식이 더 생겨나도록 녹음 전에 "과거 나와 함께 동물의 사육제를 연주한 이는 다니엘 바렌보임과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모두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단 3명이었고 이들과 협연하는 것은 정말 좋았다"고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부부가 함께 하는 연주를 즐기는 랑랑은 아내와 나누는 농담도 공유했습니다. 랑랑은 "'우리가 무대에 올라 연주를 정말 잘하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만약 연주를 엉망으로 하고 내려온다면 우리는 그저 동료일 뿐이다'라고 한다"며 장난스럽게 웃었습니다.
랑랑은 집에서 부부가 연주할 때 유일한 관객은 아들인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아들은 첼로에 푹 빠져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프랑스 곡, 동양 음악과 비슷…연주회장에서 자주 연주됐으면"
프랑스의 음악이 클래식계에서 저평가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에 '조각배(en bateau)'를 바로 들려준 랑랑은 "아시안으로서 생각했을 때 사실 프랑스 곡들은 동양 음악과 같은 면이 있다"며 "연주해드린 드뷔시의 곡도 한국 음악이나 중국 음악과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독일과 러시아의 음악에 비해 프랑스의 음악은 연주회장에서 자주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랑랑은 "아마도 프랑스 음악은 '예술' 그 자체라고 생각하거나 영화 음악처럼 생각해서 프랑스 작곡가들을 깊게 파지 않는 조금은 거만한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랑랑은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도 콩쿨에서는 자주 연주되지만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는 듣기가 어렵지만 이런 상황도 언젠가는 바뀌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습니다.
누군가가 연주하지 않는다면 잘 안 알려지지만 누군가가 연주해서 알려지면 자주 연주되는 것이 이치란 것입니다. 호로비츠가 연주해서 작곡가 스크라빈이 유명해지고 루빈스타인이 연주해서 스페인 음악이 유명해졌듯이 비슷한 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프랑스 인상주의 곡, '피아노시시시시시모'로 연주"
피아니스트 랑랑 [사진=유니버설뮤직]
영화 음악과 게임 음악에도 참여하며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는 랑랑은 각 작품들에 걸맞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랑랑은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품들을 연주할 때 "피아노를 부드럽게 마치 '피아니시모(악보에서 매우 여리게 연주하려는 말)'가 아닌 '피아노시시시시시모'처럼 연주하려고 하거나 인상주의 회화처럼 페달을 밟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의 작품들은 자연에서 보는 황혼의 색채라든지 계속 흘러가는 듯한 물 같은 자연의 느낌이 있고, 사랑에 대한 갈구 등 감성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곡들을 연주할 때 랑랑은 눈앞이 흐릿해지고 여러 가지를 상상합니다.
거주하는 곳이 프랑스인 것도 랑랑의 앨범 작업에 도움이 됐습니다. 랑랑은 "중국이나 뉴욕을 생각해보면 매우 바쁜 도시지만, 파리는 아주 느긋한 도시로 조금은 게을러져도 괜찮은 느낌이 든다"며 "이런 느낌도 이번 앨범에 반영됐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랑랑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포함한 바흐의 곡과 베토벤, 슈만의 곡은 연주할 때 악보가 정확하게 눈앞에 떠오르는 것처럼 정확하게 연주하고, 쇼팽이나 리스트의 곡은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그 너머의 자유로움도 가질 수 있는 '중간'에 가깝다고 평했습니다.
11월 내한 "새로운 레퍼토리 기대해달라"
랑랑국제음악재단을 만든 랑랑은 한국의 재능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자신의 재단에서 후원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30일 내한 리사이틀을 앞둔 랑랑은 "쇼팽의 마주르카를 처음으로 프로그램에 넣어 연주할 것이고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도 포함할 테니 새 레퍼토리를 기대해달라"는 인사말을 한국의 팬들에게 남겼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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