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스 신고 대살굿하는 무당 역 김고은 시선 집중
<사하바><검은 사제들> 이은 장재현 감독의 새 오컬트물
개봉 일주일 만에 300만 돌파...최고 흥행작 떠올라
<사하바><검은 사제들> 이은 장재현 감독의 새 오컬트물
개봉 일주일 만에 300만 돌파...최고 흥행작 떠올라
영화 <파묘>는 어렸을 적 100년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에서 시작된 영화다.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서울의 봄>보다 더 빨리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재벌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의뢰인 ‘박지용’(김재철)은 아버지에 이어 자식까지 집안에 기이한 병이 3대째 대물림되자, 갓 태어난 자신의 자식만큼은 지켜내기 위해 무당 화림에게 거액을 내건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여기에 합류한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를 본 상덕은 불길함에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된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에서 견고한 세계관을 완성한 장재현 감독은 실제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해 10여 차례 넘는 이장에 참여하고 여러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의 고증을 거쳐 영화를 완성했다.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캐릭터와 팀플레이가 영화의 스타일을 끌고 간다.
박수무당 봉길 역의 이도현. <파묘> 영화 스틸컷
드라마 <카지노>를 비롯해 영화 <명량><신세계><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에서 한 인물의 인생이 묻어 나오는 연기를 펼친 최민식은 풍수사 ‘상덕’ 역으로 데뷔 35년 만에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다. 명당을 찾아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일단 단가부터 계산하지만, 자연과 땅에 대한 철학만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상덕이라는 복합적인 서사는 최민식이라는 필터 덕분에 손쉽게 완성된다.풍수사 상덕과는 오랜 파트너인 베테랑 장의사 ‘영근’ 역할은 유해진이 맡았다. 이장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베테랑 장의사라는 캐릭터에 유해진은 자신만의 세심한 디테일을 더해 다소 코믹했던 전작들과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영화 <파묘>에서 풍수사와 장의사 역을 맡은 최민식과 유해진
<파묘>에서 최민식, 유해진보다 돋보이는 것은 신예 무당 역을 맡은 김고은과 이도현이다. 걸쭉한 입담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젊은 무당으로 변신한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으로 화려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컨버스를 신고 굿을 하며, 여가 시간엔 스피닝을 하고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화림 캐릭터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특히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대살굿 신에서 재를 얼굴에 묻히는 장면은 ‘파묘 덕후’를 양산한 큰 이유.<파묘>에서 MZ 무당 ‘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
이도현은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에서 극중 화림을 스승으로 모시는 젊은 신예 무속인 ‘봉길’ 역을 맡았다. 야구선수를 꿈꾸지만 신병을 앓고 목숨을 잃을 뻔하다 화림에게 구원받는 캐릭터다. 문신을 몸에 새긴 비주얼과 경문을 읽는 모습으로 파격적이고도 스타일리시한 박수 무당을 연기해낸다.영화는 조상의 묫자리, 굿, 가족 같은 한국적 소재를 ‘친일’, ‘쇠말뚝’ 등 현대사와 묶어 풀어낸 ‘오션스 일레븐’의 무당 버전처럼 느껴진다. 극중 이름들에서 독립운동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초반 조금씩 온몸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이 후반에 결정적 인물이 등장하며 사그라든다는 점, 신병을 앓던 야구선수라는 정도로 언급이 됐던 봉길에 비해 화림의 전사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영화 <파묘> 포스터
원혼을 달래는 무당과 경문을 외는 무당으로 나뉘어 굿을 하는 모습, ‘묫바람’이 멀리 해외(미국)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 등이 이색적이다. 러닝타임 134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쫄깃한 순간이 많다.[글 최재민 사진 쇼박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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