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초창기 멤버였던 앤드루 첸은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파트너로 스타트업 투자자로 명성이 높다. 『콜드 스타트』는 자신의 절실한 경험에서 도출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다.
“초반에 사용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사용자가 없는 시장에 진입할 때 모든 상품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뜻하는 콜드 스타트(Cold Start)는 이 책의 출간으로 실리콘밸리의 보편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야기는 2015년 전쟁터와 같았던 우버 본사에서 시작된다. 우버는 단순한 앱처럼 보이지만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복잡하고 글로벌한 운영이 필요했다. ‘네트워크 효과’의 힘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게 된 건 저자가 맡은 역할 때문이었다. 로켓처럼 성장하는 직원 2만 명의 글로벌 기업 워룸에선 긴급한 문제가 생겼을 때 회의가 열리곤 했다.
그해 겨울 우버의 고향에서 비상사태가 터졌다. 채용을 맡은 운전기사 증원팀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24개 도시의 매출을 비교하다, 급감한 샌프란시스코의 매출의 원인이 라이벌인 리프트(Lift)의 운전기사 추천이 급증한 탓임을 알게 됐다. 추천인이 250달러를 받는 인센티브로 인해 자사의 운전기사가 대거 경쟁사로 이탈한 것이다. 운전기사가 줄자 승차대기는 늘어났고 서비스는 엉망이 됐다. 실시간으로 차트를 확인하면서 이들은 번개처럼 해결책을 도출했다. 미국 서부 대도시 운전기사에게 750달러의 보너스를 쏜 것이다. 네트워크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한 출혈. 다행히 빠른 대응으로 ‘하키스틱 곡선’(몇 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하는 휘어진 곡선)을 지킬 수 있었다.
벤처투자자가 된 이후 저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만났다. 기업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상향 곡선을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효과였다. 이 책은 드롭박스, 슬랙, 줌, 틴더, 트위치 등 100여 개 기업의 창립자와 팀을 인터뷰해 도출한 네트워크 효과 구축의 바이블이다. 저자는 사용자가 무조건 유입되는 5단계의 절대 법칙을 공개한다. 1·2단계는 초기 고객을 잡기 위한 ‘콜드 스타트’와 ‘티핑 포인트’다.
틴더는 초기 성장이 느렸다. 개발자들은 주소록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애썼지만 ‘콜드 스타트’의 덫에 갇혔다. 온라인 데이팅은 스스로를 이용자로 밝히는 걸 꺼려 바이럴 마케팅을 할 수 없었다. 성공은 USC에서 열린 파티에서 시작됐다. 틴더는 ‘핵인싸’ 학생의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파티장소와 음식, 버스까지 지원했다. 입장권은 틴더 앱의 사용. 파티에서 즐긴 학생들은 다음날 아침 마음에 든 이성을 틴더에서 찾기 시작했다. 파티를 계속 열자 네트워크 구축은 쉬워졌다.
3단계는 ‘이탈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드롭박스와 페이팔의 성적이 준수하다. 4단계는 ‘천장’을 뚫는 폭발적 성장이다. 트위치는 게임 매니아들의 절대적 신뢰를 얻어 천장을 뚫었고, 우버는 말 그대로 네트워크의 반란을 이끌어냈다. 유튜브는 과잉수용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시켰다. 마지막 단계가 ‘해자’의 구축이다. 여기에선 마이크로소프트의 번들링, 우버의 보조금 지급 등이 어떻게 해자 구축을 이끌었는지 냉정하게 분석한다. 스타트업의 성패가 걸린 네트워크 효과는 결국 ‘어떻게 사람을 모으냐’의 문제이며, 그 핵심은 소통과 연결에 있음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알려준다.
2005년 4월25일 월요일,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가 일어났다. 107명이 사망했고, 562명이 부상을 입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철도 사고 중 네 번째로 많은 사상자를 낸 대참사였다. 이 사건을 접한 당시 ‘고베신문’ 기자 마쓰모토 하지무는 사건 당일부터 따라붙어 이를 철저히 파헤친다. 이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10여 년간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유가족 아사노는 유가족으로서의 고통을 견디며 자기감정은 봉인해 두었다. 그는 훗날 “화산 분화구에 남겨진 기분이었다”라고 토로한다. 또한 가해 기업에 대한 분노도 일단 미뤄둔 채 JR의 전현직 사장들을 직접 만나 진상 규명과 참사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기술자이자 협상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한다. 고베 대지진 때 활약했던 경험을 되살린 것이다.
사건은 사회적 참사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 사고 발생 직후 건널목 사고라는 ‘오보’가 났고 유가족들은 한참 동안 ‘정보의 진공 상태’에 놓였다. 결정적으로 사고 원인을 조직의 문제에서 찾기보다는 운전사 개인의 실수(사고 때 사망했다)의 문제로 돌렸다. 가해자 JR 서일본, 피해자 아사노 야사카즈, 이 두 궤도가 나란히 길을 달리며 전개되는 이 책은 일본 현대사의 초상이기도 하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7호(23.5.2) 기사입니다]
틴더가 대학에서 공짜 파티를 열어준 이유는? 『콜드 스타트』
“초반에 사용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사용자가 없는 시장에 진입할 때 모든 상품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뜻하는 콜드 스타트(Cold Start)는 이 책의 출간으로 실리콘밸리의 보편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야기는 2015년 전쟁터와 같았던 우버 본사에서 시작된다. 우버는 단순한 앱처럼 보이지만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복잡하고 글로벌한 운영이 필요했다. ‘네트워크 효과’의 힘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게 된 건 저자가 맡은 역할 때문이었다. 로켓처럼 성장하는 직원 2만 명의 글로벌 기업 워룸에선 긴급한 문제가 생겼을 때 회의가 열리곤 했다.
그해 겨울 우버의 고향에서 비상사태가 터졌다. 채용을 맡은 운전기사 증원팀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24개 도시의 매출을 비교하다, 급감한 샌프란시스코의 매출의 원인이 라이벌인 리프트(Lift)의 운전기사 추천이 급증한 탓임을 알게 됐다. 추천인이 250달러를 받는 인센티브로 인해 자사의 운전기사가 대거 경쟁사로 이탈한 것이다. 운전기사가 줄자 승차대기는 늘어났고 서비스는 엉망이 됐다. 실시간으로 차트를 확인하면서 이들은 번개처럼 해결책을 도출했다. 미국 서부 대도시 운전기사에게 750달러의 보너스를 쏜 것이다. 네트워크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한 출혈. 다행히 빠른 대응으로 ‘하키스틱 곡선’(몇 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하는 휘어진 곡선)을 지킬 수 있었다.
벤처투자자가 된 이후 저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만났다. 기업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상향 곡선을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효과였다. 이 책은 드롭박스, 슬랙, 줌, 틴더, 트위치 등 100여 개 기업의 창립자와 팀을 인터뷰해 도출한 네트워크 효과 구축의 바이블이다. 저자는 사용자가 무조건 유입되는 5단계의 절대 법칙을 공개한다. 1·2단계는 초기 고객을 잡기 위한 ‘콜드 스타트’와 ‘티핑 포인트’다.
틴더는 초기 성장이 느렸다. 개발자들은 주소록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애썼지만 ‘콜드 스타트’의 덫에 갇혔다. 온라인 데이팅은 스스로를 이용자로 밝히는 걸 꺼려 바이럴 마케팅을 할 수 없었다. 성공은 USC에서 열린 파티에서 시작됐다. 틴더는 ‘핵인싸’ 학생의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파티장소와 음식, 버스까지 지원했다. 입장권은 틴더 앱의 사용. 파티에서 즐긴 학생들은 다음날 아침 마음에 든 이성을 틴더에서 찾기 시작했다. 파티를 계속 열자 네트워크 구축은 쉬워졌다.
3단계는 ‘이탈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드롭박스와 페이팔의 성적이 준수하다. 4단계는 ‘천장’을 뚫는 폭발적 성장이다. 트위치는 게임 매니아들의 절대적 신뢰를 얻어 천장을 뚫었고, 우버는 말 그대로 네트워크의 반란을 이끌어냈다. 유튜브는 과잉수용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시켰다. 마지막 단계가 ‘해자’의 구축이다. 여기에선 마이크로소프트의 번들링, 우버의 보조금 지급 등이 어떻게 해자 구축을 이끌었는지 냉정하게 분석한다. 스타트업의 성패가 걸린 네트워크 효과는 결국 ‘어떻게 사람을 모으냐’의 문제이며, 그 핵심은 소통과 연결에 있음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알려준다.
사회적 참사가 된 기차 탈선 사고 『궤도 이탈』
마쓰모토 하지무 지음 / 김현욱 옮김 / 글항아리 펴냄
2005년 4월25일 월요일,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가 일어났다. 107명이 사망했고, 562명이 부상을 입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철도 사고 중 네 번째로 많은 사상자를 낸 대참사였다. 이 사건을 접한 당시 ‘고베신문’ 기자 마쓰모토 하지무는 사건 당일부터 따라붙어 이를 철저히 파헤친다. 이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10여 년간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유가족 아사노는 유가족으로서의 고통을 견디며 자기감정은 봉인해 두었다. 그는 훗날 “화산 분화구에 남겨진 기분이었다”라고 토로한다. 또한 가해 기업에 대한 분노도 일단 미뤄둔 채 JR의 전현직 사장들을 직접 만나 진상 규명과 참사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기술자이자 협상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한다. 고베 대지진 때 활약했던 경험을 되살린 것이다.
사건은 사회적 참사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 사고 발생 직후 건널목 사고라는 ‘오보’가 났고 유가족들은 한참 동안 ‘정보의 진공 상태’에 놓였다. 결정적으로 사고 원인을 조직의 문제에서 찾기보다는 운전사 개인의 실수(사고 때 사망했다)의 문제로 돌렸다. 가해자 JR 서일본, 피해자 아사노 야사카즈, 이 두 궤도가 나란히 길을 달리며 전개되는 이 책은 일본 현대사의 초상이기도 하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7호(23.5.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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