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넘은 세계관 유니버스
유튜브를 주축으로 최근 다양해진 매체를 통해 콩트 포맷을 띤 숏폼 콘텐츠와, 이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이 인기다. ‘부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들에게 ‘세계관 과몰입’은 물론, 일종의 놀이문화가 되고 있다.킹 스미스(코미디빅리그)×유튜브 쇼츠·틱톡
킹스미스 ‘Unholy’ 패러디(사진 유튜브 채널 ‘studiouico0822’ 화면 갈무리)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영국 팝가수의 패러디를 통해 ‘사탄 들린 줄 모르고 할머니가 귀하게 키운 손자’, ‘사탄 들린 타코야끼’, ‘타락한 타코야끼’ 등의 별명을 얻으며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바로 ‘킹 스미스’이다. 코미디언 황제성이 자신이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팬들로부터 ‘가수 샘 스미스를 닮았다’는 문자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샘 스미스 분장을 통해 부캐 ‘킹 스미스’로 거듭나게 된 것. 지난 1월엔 샘 스미스의 ‘Unholy(ft.Kim Petras)’ 뮤직비디오 장면을 패러디한 숏폼 영상이 유튜브(스튜디오유니코) 쇼츠와, 황제성 공식 틱톡(@Kingcastle82)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 속 킹 스미스는 금발과 수염, 하네스와 가죽 장갑 등 샘 스미스의 무대 의상처럼 등장했고 중요 안무까지 ‘킹받는’(열받는다는 느낌을 강조하는 신조어) 그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냈다. 황제성의 소속사인 IHQ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공개 6일 만에 약 150만 뷰를 달성(2월28일 기준 375만 뷰), 이후 각종 ‘밈’으로도 퍼져나갔다. 재미있는 점은 실제로 샘 스미스가 킹 스미스에게 화답 영상을 보냈고, 이후에는 킹 스미스 영상을 보는 리액션 영상까지 공개했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선 “샘 스미스와 킹 스미스가 처음 만나는 장소가 법정 아니냐”, “어릴 때 입양 간 형제들이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다”, “국적을 초월한 쌍둥이 형제” 등의 반응들이 이어졌는데, 이 같은 댓글도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킹 스미스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극비리에 내한(?)해 패션 매거진 『GQ코리아』와 패션 화보를 진행, 샘 스미스의 패션을 오마쥬한 스타일로 ‘남다른 소화력’을 선보인 바 있다.
피식쇼(피식대학)×유튜브
피식대학 ‘피식쇼’ RM편(사진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화면 갈무리)
영미권 팝/힙합 신을 주제로 한 글로벌 토크쇼(를 지향하는) ‘피식쇼’. 해당 콘텐츠의 부캐 사용법과 채널 활용법이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운영자이자 ‘피식쇼’ 진행자로 등장하는 코미디언 이용주·김민수·정재형 세 사람은 “열쩡!”을 외치며 산을 타던 중년의 아저씨들(‘한사랑 산악회’)에서, 팝, 힙합에 능통한 MC들로 180도 변모했다. 마치 지미 펄론, 지미 키멜, 코난 오브라이언 등이 대표하는 미국의 유명 토크쇼를 떠올리게 되는 모습이다. ‘피식쇼’는 팝과 힙합을 주제로 국내외 팝스타들이 게스트로 주로 등장하고, 전체적인 대화가 영어 및 콩클리시로 진행된다. 이 같은 쇼의 콘셉트와 목표는 확실하다. 글로벌 코미디 채널로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 ‘피식쇼’는 앞서 공개한 ‘피식대학-The Talk’ 영상(피식대학의 영어 인터뷰 영상)의 외국인 시청률 비율이 1.9%가 나오며 본격적으로 기획되었다고 전해진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성공했듯이, K-코미디도 충분히 성공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방송은 2022년 10월 시즌1 1화 게스트인 PH-1(피에이치원) 출연을 시작으로, 이후 따마, 크라운제이, 존 케이, 뱀뱀 등이 출연했고, 지난 10화 게스트로 방탄소년단 RM이 출연하며 화제가 됐다. RM이 출연한 ‘BTS RM에게 2022년 소득세를 묻다’ 영상의 경우 공개 24시간 만에 100만 뷰, 3일 만에 200만 뷰를 기록했는데, ‘글로벌 쇼’인 만큼 방탄소년단의 팬들과 영미권 팬들의 댓글 역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피식쇼’의 경우 유튜브에서 공개 가능한 다소 수위 높은 미국식 유머, 종종 부캐를 잊은 본캐의 등장 등이 재미 요소로 꼽힌다. 이들에게는 영어가 틀려도 상관 없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모습이 글로벌 토크쇼로 성장하게 만드는 셈이다. 2023년 1월부터 시즌2가 방송을 시작, 박재범, CL 등이 출연해 K팝 스타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글로벌 채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나카(나몰라패밀리 핫쇼)×유튜브 쇼츠
다나카(사진 유튜브 채널 ‘나몰라패밀리 핫쇼’ 화면 갈무리)
지난 2월16일 금영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022년 11월에 발매된 노래 ‘와스레나이’(한국 말로 ‘잊지 말아줘’)가 금영노래방 일본곡 1위 자리를 지켜온 X-JAPAN의 ‘Endless Rain’을 뛰어넘는 기록을 달성했다고 전해졌다. 발매된 지 3달도 되지 않는 노래가 ‘Endless Rain’의 기록을 깬 것은 관계자들 역시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는 바. 노래 ‘와스레나이’는 록 발라드 특유의 강렬한 기타 음향과 애절한 멜로디가 특징인 노래로, 그 주인공은 바로 일본 유흥업소 호스트 출신의 유튜버 다나카(다나카 유키오)다. 샤기컷 풍의 헤어스타일과 아르마니 티셔츠, 루이 비통 벨트 스타일링을 고수하는 다나카는 2018년 첫 등장,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유튜브 쇼츠 ‘다나카의 머끄방그’(먹방)을 통해서다. 비빔라면을 끓여 먹거나, 짜장면에 탕수육 소스를 부어 먹는 등 조금씩 어설픈 듯한 한국 음식 먹방이 재미 포인트가 된 것. 이후 다나카는 서툰 한국어와, 서툰 일본어(?)를 무기로, 각종 유튜브 채널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엉뚱한 매력을 선보이며 대세 캐릭터 반열에 올랐다. 이 같은 성공에는 4년 동안 다나카 캐릭터를 밀었다는 코미디언 김경욱의 꾸준함이 바탕이 됐다. 최근 본캐와 부캐를 통한 활동이 활발해지고 세계관을 활용한 콘텐츠가 늘어나기 시작하며 다나카 역시 2022년 중후반 빠르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다나카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의 세계관 속에서 호스트이자 유튜버, 또 가수로서 활동하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월28~29일간 열린 서울 3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킨 다나카는 오는 4월부터 대전 공연을 시작으로 인천, 성남, 부산, 수원 등 10개의 지역에서 전국 투어를 돌며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이번 투어에서는 ‘와스레나이’ 이외에도 신곡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맑눈광’ 김아영(SNL코리아 ‘MZ오피스’)×유튜브 쇼츠·릴스
SNL 코리아 ‘MZ오피스’(사진 유튜브 채널 ‘쿠팡플레이-SNL코리아’ 화면 갈무리)
코미디 쇼 ‘SNL코리아 시즌3’의 간판 코너인 ‘MZ오피스’는 직장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이다. 이곳에서 ‘맑은 눈의 광인(이하 맑눈광)’이라는 수식어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아영은 20대 시청층을 사로잡기 위한 ‘하이퍼 리얼리즘’ 캐릭터이다. ‘맑눈광’ 김아영은 눈을 크게 뜬 채 때론 무표정하게, 때론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인물. 업무 중에는 에어팟을 꽂고 일해야 능률이 오른다고 선언하고, 주변의 어떤 상황에서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만을 하며, 특히 선임 직원이자 ‘젊꼰’(젊은 꼰대) 캐릭터인 주현영과 티키타카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재미 요소로 꼽힌다. 주현영과 김아영을 비롯해 ‘MZ오피스’ 직원들의 서로 다른 ‘동상이몽’, 또 신입사원들이 업무 중 이어폰을 끼는 모습 등은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으며 이들은 묘하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 쿠팡플레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MZ오피스 하이라이트 모음’, ‘피꺼솟 MZ 신입’ 영상은 조회수 300~400만 회에 육박하고, 일부 숏츠 영상은 각종 밈 영상으로 퍼지며 인기를 얻는 중이다.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스튜디오유니코, 나몰라패밀리 핫쇼, 피식대학, SNL코리아 및 각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1호(23.3.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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