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소피 무터 선생님, 바쁘다는 느낌 없이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봐줘"
"거장들, 순간의 느낌 따오는 '즉흥성' 대단…저도 보여주고픈 부분"
이번에는 차세대 클래식 스타 연주자를 만나보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거장들, 순간의 느낌 따오는 '즉흥성' 대단…저도 보여주고픈 부분"
한국계 미국인 브래넌 조(Brannon Cho)는 1994년생으로 파울로 국제 첼로 콩쿨에서 우승하고, 퀸 엘리자베스 콩쿨과 나움베르크 국제 첼로 콩쿨, 가스파르 카사도 국제 콩쿨, 요한센 국제 첼로 콩쿨 등에서 수상한 유망주 첼리스트입니다.
또, 세계 정상급 음악가인 기돈 크레머, 조슈아 벨,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등과 무대에 함께 선 바 있으며, 현존하는 '바이올린계의 여제'로 불리는 안네 소피 무터가 무터 재단의 장학생으로 뽑아 매년 무터와 함께 세계 투어를 돌고 있기도 합니다.
브래넌 조는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다음 달 3일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공연하며, 다음 달 5일 같은 장소에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다양성을 발견하기 위해 피아니스트 김규연,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와 창단한 '트리오 서울'의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연 포스터 [사진=금호문화재단] 11
아래는 MBN과의 인터뷰를 간추린 부분입니다.
Q. 사업하는 아버지와 환경 과학자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첼로는 처음 어떻게 접했나?
MBN과 인터뷰하는 첼리스트 브래넌 조 [사진=MBN]
제가 어릴 적에 형이 피아노를 연주했는데요. 부모님께서 형과 제가 함께 연주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저도 현악기를 하나 정해보라고 하셨어요. 저는 바이올린이 불편한 소리 같이 들렸고, 첼로 소리가 너무 좋았고 연주도 편한 것 같아 첼로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 취미로 시작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 처음부터 열심히 시키셨거든요. 제가 7살 때 첼로를 시작했는데 11살 때 처음으로 작은 콩쿨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집중하게 됐습니다.
Q.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음악을 해석할 때 남다른 점이 있는지, 또 클래식이 아닌 곡 중에 즐겨 듣는 곡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22살까지 미국에서 살았다보니 제가 미국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많은데요.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 거의 다 유럽 음악이다보니 18살 때부터는 유럽에서 실제로 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연주자 분들 중에 워낙 잘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오래 전부터 윤이상 작곡가 등 한국 작곡가들의 곡을 좋아했는데, 그렇다보니 한국에 와서 연주하고 싶어 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 곡들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요. 항상 새로운 첼로 곡을 찾고 있습니다.
Q. 클래식 작곡가 중에 마음이 와닿는 작곡가가 있다면 누구인가?
브람스와 슈베르트가 제 마음에 가장 와닿는 작곡가입니다. 이 두 명이 특히 첼로의 소리와 특징에 맞게 곡을 잘 쓴 것 같아요. 브람스는 영혼이 담긴 듯이 깊은 느낌의 곡을 많이 작곡했는데, 제가 가진 오래된 첼로의 깊은 소리와 아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Q. 가지고 있는 첼로가 오래되었다고 말했는데, 사연을 물어도 되는지?
연주하는 첼리스트 브레넌 조 [사진=MBN]
1668년 이태리 모데나에서 안토니오 카시니가 제작한 첼로입니다. 제가 7~8년 전부터 다른 첼로를 1~2년 정도 찾고 있었어요. 그때 저희 부모님께서 지지를 많이 해주시는 헌신적인 분들이셔서, 제 마음에 딱 드는 악기를 찾는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보겠다고 말씀해주셨고요. 그렇게 1~2년 동안을 계속 찾다가 뉴욕의 한 악기 파는 곳에서 이 악기를 만나게 됐습니다. 부모님 덕에 구하게 되어서 감사하고, 앞으로 100년은 이 악기와 함께 하려고요. (미소) (교수님 지원이나 재단 지원은 없었지만) 악기를 산 뒤에는 선생님께 보여드렸습니다.
Q. '트리오 서울'을 창단했는데, 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나?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씨께서 함께 하자고 제게 먼저 말씀해주셨는데, 조진주 씨도, 피아니스트 김규연 씨도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라 제가 바로 "너무 좋다"고 말했어요. 같은 실내악 연주일지라도, 현악 4중주를 할 때는 솔로 연주자로서의 기량이 덜 나타나게 되죠. 그리고 현악4중주를 할 때는 하루 종일 1년 내내 같이 연습해야 하고, 같은 현악기들이라 특히 음정을 정확히 맞추기가 참 쉽지 않은데요. 그런 점에서 저는 피아노 음을 따라가면서 함께 할 수 있는 피아노 트리오 연주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Q. '트리오 서울'로서 선보일 곡은?
데뷔 무대에서 우리의 전공을 어떻게 편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첫 번째 곡인 드뷔시의 피아노 트리오(L.3)는 드뷔시가 아주 어릴 때 쓴 곡이라 우리를 소개할 좋은 시작 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주 편안하고 아름답고 쉽게 흘러가는 음악이고요.
그 다음 세실 샤미나드가 작곡한 피아노 트리오(제2번 a단조, Op.34)는 색다르고, 엄청 드라마틱하고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것과 같은 곡이고요. 드뷔시의 음악과 하모니를 이루는 듯도 하면서 좀 더 심각한 분위기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어서 한국 최우정 작곡가의 새로운 곡 '흩어진 꿈(scattered dreams)'이란 아주 짧은 곡인데요. 무거운 프로그램 안에서의 작은 곡이라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한국 작곡가의 곡을 트리오 서울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은 안톤 아렌스키의 피아노 트리오(제1번 d단조, Op.32)인데요. 드뷔시의 곡과 다르게 더 슬프고 열망도 많습니다. 사랑을 원한다든지, 또 다른 것도 원한다든지. 차이코프스키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은 드뷔시로 시작해서 더욱 더 깊게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Q.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말해달라. 카네기홀에서 데뷔할 때, 그리고 '세계 3대 콩쿨' 중 하나인 퀸엘리자베스 콩쿨에 첼로 부문이 생긴 해인 2017년도에 수상했을 때 소감은?
카네기홀에서 2015년에 작은 곡을 연주했는데, 공식 리사이틀은 2019년이었기 때문에 데뷔는 2019년이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자라난 곳 근처인 뉴욕에 위치한 카네기홀이라, 친한 친구들이 와주었고 아주 마음 편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퀸엘리자베스 첼로 부문 콩쿨에서의 수상은 말씀하신 대로 2017년이었는데, 콩쿨에 나왔던 다른 친구들이 아주 친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페스티벌에 나와서 제가 첼로를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연주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첼로 부문이 생긴 첫 해이기는 했지만)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함께 차이코프스키 콩쿨 등 동영상을 많이 봐서, 첼로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고,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최선을 다했습니다.
Q. 세계적인 안네 소피 무터의 재단 지원은 어떻게 받게 됐는지,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가르침은 어떤지 궁금하다.
2017년에 재단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했어요. 기한은 있지 않고, 언제든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요. 제 친구들 몇 명이 무터 선생님과 매해 투어를 하는 것을 보고, 저도 지원해서 무터 선생님 앞에서 오디션을 받게 됐어요. 무터 선생님은 "합격"이란 말 대신, "같이 투어하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19년 남미, 2021년엔 유럽 투어를 했습니다. 현재 재단에서 뽑아 함께 하는 장학생이 7명뿐인데, 투어를 할 때는 전 멤버들도 합류하면서 15명 정도가 함께 합니다. 저는 내년 미국 투어 대신, 스케쥴에 맞는 내년 유럽 투어를 함께 돌고요.
무터 선생님은 한 명씩 구체적으로 봐주세요. 그분께서 매우 바쁘다는 느낌은 전혀 받아보지 않았습니다. 무대에서만 카리스마 있어 보이고, 친절한 성격이세요. 한 명, 한 명과 개인적으로 깊게 대화하시고 평소에 연락도 자주 해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십니다.
제가 아닌 다른 학생들에게는 직접 악기를 찾아주시기도 했고요. 저의 경우는 코로나19로 저의 연주와 연습이 모두 취소됐을 때 1년 반 동안 저의 학교 수업비와 거주비를 다 내주셨어요. 지휘자들을 소개해주시기도 하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Q. 조슈아 벨, 기돈 크레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등 거장과 협연할 때 느낀 특징적인 면모는?
그런 분들과 함께 할 때, 그리고 안네 무터 선생님과 함께 할 때 제가 느낀 것은 그분들은 무대에서의 즉흥성이 크게 다르단 겁니다. 연습실에서 연습했던 것과 똑같은 상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그냥 그 순간의 느낌을 따오는 것이 처음 뵈었을 때 가장 신기했어요.
어렸을 때 저는 제가 무대에서 하고 싶은 대로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연습실에서는 연습할 수도 없고, 무대에서 더 많이 할수록 쉬워지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무대에 올라가자마자 더 자유롭고 더 새로운 것을 개발해낼 수 있는 능력이 그런 것이죠.
Q. 도전하고 싶은 영역은?
아직 협주곡으로 연주 못한 것이 꽤 있어서 꼭 더 협주곡들을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키호테>도 하고 싶고, 현대곡들에도 관심이 있고요. 최근 몇 년 동안 실내악을 다수 하게 되면서 세계의 많은 연주자를 만난 것이 제게는 행운인 것 같습니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Jooking 댄서 릴벅 [사진= 유튜브 blazetheshow]
(새로운 장르와 콜라보 한다면) 최근 본 동영상이 생각나는데요. 유명 첼리스트 요요마가 무반주로 생상의 '빈사의 백조(The Dying Swan)'을 연주하는데, 그 옆에서 댄서가 즉흥적으로 요요마의 연주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봤습니다. 제게 큰 영감을 주는 영상이었어요.
제 생각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춤과 다르지 않은 것 같거든요. 저는 제 몸이 작아서 연주를 하려면 온 몸을 쓰고는 합니다. 음악을 따라 온 몸을 사용하고 생각하는 것이 춤추는 것과 똑같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도전을 하는 데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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