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악뮤(AKMU·악동뮤지션) 이찬혁이란 캐릭터는 죽고, 다시 깨달은 것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이찬혁이 태어난 것을 알리는 음반입니다."
남매듀오 악뮤에서 음악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아온 싱어송라이터 이찬혁(사진)이 데뷔 8년 만에 솔로음반 '에러(ERROR)'를 발매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그는 대뜸 '죽음'에 대한 철학을 털어놨다. 2012년 한 방송사 공개오디션에서 친동생 이수현과 '다리꼬지마'라는 귀여운 어쿠스틱 자작곡을 불러 신드롬을 일으키고, 이후 '기브 러브(Give Love)' '200%' '오랜 날 오랜 밤' 등에서 사랑과 자유를 노래해왔던 그가 삶의 가치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터뜨린 것이다.
이찬혁은 "내가 당장 이 방의 문을 나가는 순간 죽게 된다면 여전히 사랑·자유를 나의 최대 가치로 생각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죽음이라는 가상 상황에 몰아넣고 그때 느낄 감정과 회한, 깨달음 등을 총 11곡으로 앨범에 담았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트랙들은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1번 트랙인 '목격담'은 사고를 당한 순간을, 2번 트랙인 '사이렌'은 구급차에 실려가는 상황을, 3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파노라마'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펼쳐지는 생각을 각각 풀어냈다. 마지막 수록곡 '장례희망'은 죽음 이후를 상상했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음악들은 복고풍을 띠는 가운데 댄스, EDM, R&B, 발라드, 가스펠 등 장르를 넘나든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시도해보겠다는 '청개구리' 같은 정체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악뮤로서 호평과 사랑을 받은 것에 감사함이 있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고 했다. "단순한 반발심은 아니고 어떤 틀을 계속 깨고 싶다"는 그는 "요즘 매사에 청개구리다. 헤어·메이크업도 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요즘 주위 분들이 골치 아파하는데, 사람들이 얘기하는 '예쁘다는 기준'에서 멀어지고 싶다"고도 말했다.다소 파격적인 '죽음'이란 주제를 택한 데 대해선 "살면서 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요계의 80%가 사랑 노래지만, 더 중요한 게 노출돼야 하고 더 많이 죽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더 많은 분들이 제 음악에 영향을 받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사회적 변화"라며 "어쩌면 저는 음악보다도 사회에 여러가지 다양성을 던지는 것을 하고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솔로 활동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악뮤 음악과 비슷한데 조금 못한 정도'면 나올 필요도 없다는 스스로의 기준이 있었다"며 "앞으로 수현이나 저나 음악으로 뭔가 이루겠다는 욕심보다는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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