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오페라도 프랑스어로 부르고, 이제 한국어로도 번역해서 부르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제 외국 사람들도 판소리의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를 '아무흐(Amour) 아무흐' 하며 부르게 되는 거죠."
내년 유네스코 등재 20주년을 앞둔 판소리가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판소리 명창 채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판소리 전공 학생들의 지속적인 활동과 해외 교육, 문화 교류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사단법인 세계판소리협회를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았다.
"한두 해 생각한게 아니라 제가 판소리를 전공하면서 계속 고민해왔던 부분이에요. 젊은 친구들이 세계화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그들에게 뒷받침이 되기 위해 제도적으로 어떤 틀이 필요한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현장 무대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런 판을 열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협회는 세계 240여곳의 세종학당과 해외 한국문화원과 협력해 외국인들이 판소리를 배우며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판소리가 세계무형유산인 만큼 우리것이라는 점만을 고집하기보다 외국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외국으로 나가 가르쳐주면 그들도 한국에 와서 실력을 뽐내겠죠. 지금도 프랑스나 벨기에, 일본, 미국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를 배우고 있고 한예종으로 유학온 친구도 있습니다."
협회는 오는 24일 발대식과 함께 제1회 학술대회를 연다. '판소리 세계화의 현황과 미래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판소리 명창들이 가진 고민을 공유하며 향후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어떤 생각과 마음 가짐으로 판소리를 알려야하는지, 해외 음악계의 현상들이 어떤지를 짚어보자는 게 학회의 취지입니다. 판소리의 세계화에 토대가 되는 작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작품이나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류 사업 추진 방안 등 저희의 사업 방향과 역할을 정해나갈 계획입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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