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궁궐에서 사용된 용머리 장식기와가 완전한 형태로 처음 확인됐다. 창덕궁 인정문에서 보이는 조선 후기 기와 양식보다 정밀한 장식이 돋보인다. 조선 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 세부모습에 대한 실질적 고증이 가능한 유일한 고고자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5월 충청남도 태안 양잠리 청포대 갯벌 발굴조사를 통해 조선 전기 취두 상부 1점과 검파 1점을 찾아내 29일 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연구소는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취두 상부와 하부 각 1점과 지붕에 얹는 장수상을 출토했었다.
(비교자료) 조선 후기 양식의 왕실 용머리 기와인 창덕궁 인정문 취두 [사진 제공 = 문화재청]
취두(鷲頭)란 궁궐 등 왕실 관련 건축물 용마루 양쪽 끝에 설치하는 대형 장식기와이고, 취두 상단에 칼자루 모양의 토제 장식품 검파(劍把)를 꽂아 빗물이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면서 장식기와가 완성된다.이번에 발굴한 장식기와 상단과 검파는 지난 2019년 조개 캐던 주민이 발견해서 신고한 장식기와 하단과 결합되는 유물이고, 지난해 6월 연구소가 인근 지역에서 추가 발굴한 또다른 장식기와 유물(상하단)과 쌍을 이루는 것이 확인됐다.
검파와 함께 건물 용마루에 올라가는 취두 전체가 온전하게 확인돼 조선 전기 용머리 장식기와 완형이다. 조선시대 왕실 관련 마루장식기와(목조건축 지붕마루에 사용돼 건물을 수호하거나 권위와 미관을 돋보이게 하는 특수기와)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확보됐다. 특히 경복궁 창건기 건물과 숭례문, 양주 회암사지 등 조선 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 세부 모습의 고증이 가능한 유일한 고고자료로 평가된다.
조선시대 궁궐 지붕의 장식기와(창경궁 명정문)
새로 발굴된 검파는 길이 40.5cm, 폭 16cm, 두께 7cm 크기의 칼 손잡이 모양으로, 앞뒷면에 2단으로 구름무늬(雲紋)가 새겨졌고, 취두 상단의 방형 구멍과 결합되도록 짧은 자루도 갖췄다. 특히 구름무늬 검파는 현재 창덕궁 인정문 등 조선 후기 궁궐 지붕의 용머리 장식기와에 일부 남아있는 문양 없는 간략한 막대(棒) 모양 검파와 대비된다. 취두에 표현된 용은 지붕을 물고 있는 형상이라 더 이상 용마루를 갉아먹지 말라는 의미인 것으로 전해졌다. 취두는 전체 높이가 103㎝이며, 가로 길이는 83∼85㎝, 두께는 22㎝다.한 쌍의 취두 하단부에 부조된 용 문양 표현에서도 갈퀴의 표현 방식과 구렛나루 사이의 돌기 개수 등에 약간 차이가 난다. 이런 양상은 조선 전기만 해도 규격화된 형태의 용 도상(龍 圖像)을 마련하고 엄격하게 적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왕실기와가 발굴된 태안 지역 위치도 [사진 제공 = 문화재청]
궁궐 기와가 태안 갯벌에 묻힌 이유는 풀리지 않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서울 용산 일대에서 만든 기와를 실은 배가 한반도 남쪽으로 향하다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임금이 잠시 머물던 행궁 등 지방에서 왕실 기와를 썼을 수 있다"며 "8월 중순까지 추가 발굴조사와 수중 탐사를 진행해 유물이나 옛 선박이 있는지 확인하고, 왕실 장식기와의 유통과정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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