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새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코로나19 시대, 왜 영화관 스크린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답하는 또 하나의 대작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전투신을 포함해 현실과 마법을 섞어버린 환상적인 시각효과가 영화관 관객을 반갑게 맞는다. 3일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를 미리 엿봤다.
전작 1편에서 '시간을 무한히 재생하는 마법'으로 홍콩 시민을 구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현실이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같은, 그래서 쉽게 잊기 어려운 악몽 속에서 깨어난다. 런던에서 신경외과 의사 출신 슈퍼히어로로 살아가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꿈속에서 자신의 선택이 실재는 아닌지 의문스러워 한다.
어느 날,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이 구한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아닌, 또 다른 현실'들'의 중첩(멀티버스·다중세계) 사이에 문을 여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차베즈를 희생시키려 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차베즈를 구출한다.
차베즈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말한다. "그건 꿈이 아니라 실재예요." 멀티버스 세계 속에서 현실과 다른 또 다른 현실 속에 무한한 '나'가 있다는 점은 여러 의미를 형성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선(善)에 가까운 인물인데, 또 다른 우주에서 그는 악(惡)에 가깝다. 설마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중세계를 여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또 다른 세계 속 악인이 된 자신과 전투를 벌인다. 두 명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서로에게 마법을 쓰는 장면은 최대 볼거리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입에서 흘러가듯 나오는 대사도 의미심장하다. "꿈은 멀티버스 속 또 다른 나를 보는 창이야." "멀티버스에 행복한 내가 있다면 가보고 싶지 않겠어?" 2일 열린 화상 간담회에서 컴버배치가 이번 영화를 '철학적인 영화'라고 이야기한 이유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부제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가리키는 것처럼 영화는 화려한 그래픽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우주의 충돌(인커전) 뒤 폐허 장면, 외눈박이 괴물의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전투 장면, 공중의 버스를 마법으로 반으로 가르는 장면이 압권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대한 이해도, 최소한 '닥터 스트레인지' 1편 복습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은 이번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또 다른 슈퍼히어로 차베즈의 탄생담, 판타스틱4와의 접점까지 모색한 탓에 서사에 군살이 없지는 않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옛 연인 팔머의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다거나 깨진 손목시계의 유리를 갈아끼우는 등의 장면은 전작 관객만이 알아차릴 수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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