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가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의 얼굴을 예측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유럽의 유명한 노벨문학상 배팅사이트가 공개하는 2020년 노벨문학상 배당률 순위에서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생 마리즈 콩데(83)가 압도적인 1위 배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배팅이 전면 불법인 한국과 달리, 배팅이 합법인 유럽에서 배당 사이트의 예지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1위로 정확히 예측했고 이에 앞선 2006년 오르한 파무크의 수상도 정확히 점쳤다. 또 2011년 트란스트뢰메르, 2012년 모옌도 배당률은 2위였고 작년에 수상자로 호명된 올가 토카르추크의 수상도 정확히 맞췄다.
4일 영국 배팅사이트 나이서오즈(nicerodds.co.uk)에 따르면, 올해 노벨문학상 배당률 1위 마리즈 콩데,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 응구기 와 시옹오, 앤 카슨, 하비에르 마리아스, 고은, 옌롄커, 아니 애르노, 찬쉐,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 마릴린 로빈슨, 자마이카 킨카이드, 위화 등이 차례대로 호명됐다.
컬럼비아대 명예교수인 마리즈 콩데는 수 년째 선순위 후보로 호명되고 있다. 흑인 여성의 정체성, 식민시대의 피식민 객체라는 콩데의 정체성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관한 반성이 화두가 된 오늘날 콩데의 20세기 소설을 다시 한 번 소환하고 있다. 한국에 출간된 번역작으로는 17세기 미국 작은 마을의 흑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삶을 페미니즘 담론과 디아스포라 주제를 결합해 쓴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은행나무 펴냄)이 유일하다.
배당률 2위는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77)가 차지했다. 소비에트 연방의 탄생과 붕괴를 몸으로 겪은 울리츠카야는 마흔이 넘은 1980년대 말이 돼서야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한 세계의 종말과 그 이후의 정서에 관한 러시아 작가들의 고민이 울리츠카야라는 이름 아래 모여든다. 한국에 출간된 번역작도 다수인데 대표적으로 '소네치카'(비채) '우리 짜르의 사람들'(을유문화사)가 특히 걸작으로 꼽힌다.
벌써 일흔을 넘긴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71)도 노벨상 단골 후보다. 하루키의 작품은 해외 4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고 한국에서도 수천 만부의 판매고를 자랑한다. 젊은 감성, 현실과 꿈의 중첩된 세계가 그를 거장으로 불리게 한다.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거장으로 통하는 미국 마거릿 애트우드(81)도 하루키와 함께 배당률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애트우드는 올해 초 '증언들'이 번역돼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제3세계의 시선이란 점에서, 케냐 응구기 와 시옹오(82) 현 캘리포니아대 비교문학 교수는 배당률 5위였다. 1967년작 '한 톨의 밀알'(은행나무)은 지금도 회자되는 그의 대표작이다. 아프리카 독립투쟁의 역사성이 시옹오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그리스 시대 문자를 해독하며 수천 년 시간의 간극을 초월해 시를 쓰는 캐나다 시인 앤 카슨(70)은 올해 배당률 6위를 기록했다. 여성적 시선으로 가득한 문체다. 카슨의 작년 배당률은 1위였다.
스페인 하비에르 마리아스(69)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작년에 '사랑에 빠지기'(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고 앞서 출간된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문학과지성사)도 관심을 끈다.
문화대혁명 등 이념의 모순과 허구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중국 옌롄커(62)도 높은 배당률로 상위권에 링크됐다. 그의 대표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최근 한국에서 영화화하 확정돼 크랭크인했다.
특히 이번 노벨문학상 배당률 순위에서는 한국의 고은 시인이 앤 카슨, 하비에르 마리아스와 함께 공동 6위로 올라 시선을 끌었다. 이밖에도 프랑스 아니 에르노, 중국 찬쉐, 미국 코맥 매카시와 돈 드릴로 등도 호명됐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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