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가수의 음악방송 영상을 임의로 재판매 하는 데 대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기획사들은 영상물 이용에 관한 표준계약서 제정을 요구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3개 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중문화예술인(가수) 출연 영상물 이용에 관한 표준계약서' 제정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공정위에 신청한 표준계약서는 방송국이 촬영한 가수들 영상물의 사용 범위를 규정한 것이 골자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따라 마련했다. 3개 단체에는 국내 대부분 연예기획사가 가입돼 있다.
국내 엔터사는 방송사가 영상을 임의로 편집해 재판매하면서 수익화 하는 사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사들은 음악방송에 출연한 가수들 영상을 잘라서 유튜브에 올리거나, 아이돌 그룹 멤버별 '직캠' 또는 미방송분·사전녹화 영상 등을 다른 플랫폼에 판매하고 있다.
기획사들은 가수가 출연하고 노래하는 영상임에도 아무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미방송분 영상을 방송사가 다른 플랫폼에 판매하는 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획사 이익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까지 가수들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는 방송사와 기획사가 관행적으로 별도의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해당 영상에 대해 방송사가 저작권을 갖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유튜브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이용한 음악방송 시청이 늘어나며 환경이 변화한 만큼, 기존 관행에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기획사 측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국은 자신들이 저작권자라고 주장하면서 영상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 전제조건은 방송을 방송 목적으로 쓸 때"라며 "(지금은) 다른 용도로 마구 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표준계약서가 제정되면 방송사는 영상을 방송 사용 외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OTT에 편집물을 올리거나 VOD로 제공하는 등 방송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사전 협의된 바에 따르도록 했다. 또 미방송분 영상은 사전 협의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약관 제정 신청은 방송사와 매니지먼트사 간에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표준계약서가 제정되면 향후 방송국의 영상물 이용에 관한 기본계약서 및 부속합의서로서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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