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테인먼트·미디어·스포츠그룹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 월드) 김우택 회장 인터뷰
◆ "조건 불리하다는 이야기 싫어…주어진 조건서 가장 현실적인 답안 찾는다"
김우택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회장(56)은 늘 '실현 가능한 해'를 찾는 사람이다. x축과 y축에 가용한 자원을 배치하고, 그 조합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쇼박스 대표직을 내려놓고 나와 2008년 세운 NEW의 투자배급 전략도 쭉 그랬다. 신생 기업이 이름 난 감독과 계약하긴 어려운 까닭으로 신인 연출자를 찾아 그 비전에 베팅했다. 이 영화사에서 탄생한 '변호인'(2013)과 '부산행'(2016), 두 1000만 영화는 모두 상업영화 데뷔 감독과 함께 만든 '잭 팟'이었다.
"저는 꿈은 무지 많은데 앞으로 갈 땐 한 걸음씩 천천히 가요. 재벌 아들이었으면 안 그랬겠죠. 그런데 못 바꾸는 걸 자꾸 이야기해봤자 뭐하나요. 저는 조건이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너무 싫어요.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내려야죠."
◆ 글로벌 OTT 시장 출사표 내는 NEW … "한국 콘텐츠 해외 교두보 되길"
그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출사표를 낸다. 김 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연내 자체 OTT 플랫폼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NEW가 출시코자 하는 OTT는 FAST(Free Ads Supported TV) 형태로 광고를 보면 무료로 쓸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유료 구독 모델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며 FAST OTT 마켓이 급성장하고 있다.
NEW의 자회사 뉴 아이디(NEW ID)는 지난 2월 글로벌 FAST OTT 플랫폼 쥬모, 뷰드에 K팝 TV채널 뉴 키드(NEW K.ID)를 론칭하며 이 시장 잠재력을 확인했다. 뉴 키드는 두 플랫폼을 통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11개 국가에 제공 중이다.
"처음 도전한 것인데도 전체 채널에서 중간 정도 순위의 시청률을 기록했어요. 북미 지역 프리미엄 TV 채널 사이에서 이뤄낸 성과죠."
여러 한국 콘텐츠 기업이 NEW의 OTT 도전에 공감하고 있다. '뉴 키드'엔 YG, FNC엔터테인먼트, KBS월드, MBC플러스, TBS, iHQ, K스타라이브 등 20여개의 제작사와 채널이 파트너로 참여 중이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NEW의 자체 플랫폼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왜 OTT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했을까. K콘텐츠가 한곳에 뭉쳤을 때 집적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는 게 하나의 이유다.
"국내 시장을 놓고서 서로 땅따먹기 하듯 싸우는 건 한계가 있어요.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예전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가려면 답이 없었지만, 이제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전반이 세계적인 기대를 받고 있죠. 기술적인 부분도 뒷받침되고 있고요. 양질의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교두보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우택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회장은 "NEW의 OTT를 통해 국내 투자배급사가 해외에서 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형 기자]
◆ 코로나19로 관객 타격 입었지만 "익숙함에서 벗어나 생각할 기회 소중해"올해 영화계를 초토화한 코로나19는 NEW에도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2월 개봉 일정을 고수한 '정직한 후보'는 그달 중순부터 전염병 감염 우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흥행 성적이 153만 명에 그쳤다. 상반기 개봉작 중 드물게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애초 300만~400만 명 들 영화라는 예상이 곳곳에서 나왔음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원래 일정대로 개봉키로 한 결정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요. 만약 그때 개봉하지 않았다면 하반기에는 개봉할 수 있었을까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었잖아요. 아마 마스크 회사 빼고는 다 힘들 거예요. 중요한 건 변화하는 환경에서 메시지를 얻는 거예요. 코로나 전에 우린 극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걸 익숙함으로 받아들였지만 그런 익숙함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익숙함에서 벗어나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코로나는 장기적으로 좋은 기회일 수 있어요. 이제 언택트 시장의 중요성을 반강제적으로나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거든요."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사진 제공 = NEW]
◆ 신작 '반도'에 쏟아지는 관심 … "세계적으로 공감대 높은 좀비 소재 먹혀"NEW가 다음 달 내놓을 신작 '반도'는 코로나19로 극장 방문을 못한 영화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K좀비 열풍의 시작점인 '부산행'(2016)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지난 4월 유튜브에 공개된 '반도' 예고편엔 전 세계 씨네필이 댓글을 달며 환호했다. 프랑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4년 전 '부산행'을 초대한 데 이어 올해 초청작 목록에 '반도'를 올렸다. 세계관이 연결되는 복수의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에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발성으로 승부하는 기획보다는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콘텐츠가 환영받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부산행'에 한국 문화 요소가 있긴 하지만, 좀비라는 것 자체는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테마이거든요. 넓은 세상을 공략하려면 보편적인 공감대를 갖추고 있어야 해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세계관이 있는 감독, 작품이 계속 나온다면 시장이 확대되겠죠. 한편으로 훌륭한 콘텐츠가 나왔을 때 그 가치를 얼마만큼 확장할 수 있는지도 좋은 기업의 중요한 덕목이 될 것 같아요. 어떻게 유통할 것인지, 세계관은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고민해야죠."
강동원 주연 좀비물 `반도`는 `부산행`의 세계관을 이어 받았다. 김우택 NEW 회장은 앞으로도 세계관 확장성을 염두에 둔 작품들이 각광받을 것이라 예측한다. [사진 제공 = NEW]
◆ 드라마, 스포츠, 미디어, OTT 아우르는 NEW 미디어그룹 만들 것NEW를 단순 영화 투자배급사가 아니라 미디어그룹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각기 다른 사업부가 하나의 비전으로 연결되며 더 큰 확장성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NEW는 현재 자회사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 '보좌관'을 만든 제작사 스튜디오앤뉴, VFX 기업 엔진비주얼웨이브, 스포츠사업부 브라보앤뉴, 디지털 콘텐츠·플랫폼 개발 기업 뉴아이디 등을 두고 있다.
"영화 한 편으로 반짝 인정받거나, 장난쳐서 주가 올리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각 분야에서 비전과 철학을 인정받는 회사가 되는 게 중요하죠. 저희가 어떤 한 해는 영화를 잘했다가 다음 해에 성과를 못 내면 '영화를 왜 이렇게 못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렇다고 멘탈이 흔들리거나 하진 않아요. NEW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아우르는 전체 인더스트리를 바라보고 있거든요. 우리가 만드는 드라마에서 영화의 노하우가 나오고, 시즌제 드라마가 또 영화로 이어질 수 있어요. 세 분야를 골고루 잘 가져가고, 더 나아가 글로벌 플랫폼을 끌고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든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아요."
NEW는 코로나19를 계기로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우택 NEW 회장은 "AI는 언택트 시대에 콘텐츠 산업에 정말 중요한 솔루션"이라며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한주형 기자]
◆ "K콘텐츠 프리미엄 분명히 있으나 준비된 자만 누릴 수 있다"전문가들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분석한다.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선전과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과로 K콘텐츠를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여서다. 김 회장은 한국 콘텐츠 프리미엄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물었다.
"특히 '기생충'을 통해 북미 시청자와 의사결정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체감해요.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기생충' 같은 콘텐츠이고, 이것이 한국 콘텐츠 전반으로의 관심으로 확대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코로나19 방역 성과도 준비돼 있는 자들에게만 기회로 가는 것이에요. 이 상황이 끝나길 마냥 기다리는 사람과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과의 격차는 있다고 봐요. 다시 오기 힘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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