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연출을 맡은 45살 신원호 PD는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가 수많은 드라마 속에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그만의 지론을 펼쳤습니다.
KBS 예능 PD 출신인 신 PD는 tvN으로 이적 후 '응답하라 1988' 등 많은 히트작을 연출, 케이블 드라마의 지평을 바꿔놓았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선 생로병사가 교차하는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와 환자, 간호사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펼쳐내며 호평받았습니다.
오늘(8일) 서면으로 만난 신 PD는 "스토리 자체도 큰 틀은 존재하지만 어마어마하게 꼬아있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소소한 내용을 계속 던지면서 웃음과 감동 등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담백하고 편안하게 병원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로 정해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올해 말부터 시즌2 촬영에 들어갑니다. 신 PD는 "시즌제가 갖는 강점은 그다음 시즌에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못다 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라며 "이미 계획된 시즌제 드라마를 처음 경험해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너무나 새로웠다"고 말했습니다.
시즌2 내용에 관해서는 "내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모든 부분을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비밀에 부쳤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캐스팅 면에서 신 PD의 전작들과 다르다. 늘 신인 연기자, 혹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배우가 주인공이었던 전작들에 비해 40살 김대명과 40살 조정석 등 이름있는 연기자들이 일찌감치 발탁됐습니다.
그는 "각 과를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산만할 것 같았다"면서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하는 점은 마흔이라는 나이었다. 그때까지 발견 안 된 무명 배우를 다섯이나 찾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았다"고 웃으며 설명했습니다.
극 중 주인공 5인바이 결성한 밴드의 프론트맨이자 극의 핵심 이익준으로 분한 조정석에 대해선 "이익준의 덕목은 밴드를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었는데, 조정석이 클래식 기타 전공에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 노래도 잘했다"고 부연했습니다.
반면 그의 전작과 유사한 특징도 있다. 바로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의 사용입니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으로 과거 유행했던 음악을 유난히 자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과거를 고증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등장하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장치가 음악"이라며 "그 어떤 소품이나 세트보다 시대를 환기하는 미장센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그의 드라마들은 비슷한 논란이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은 늘 착하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고, 악역이나 갈등은 없어 지나친 판타지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스로가 불편한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라고 밝힌 신 PD는 "'병원에 저렇게 좋은 의사가 어디 있어' 하는 댓글도 많이 봤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그게 판타지일지언정 그걸 보면서 마음이 좋고,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며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판타지"라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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