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인스타 폴로어가 많이 늘었어요."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최우식(30)이 '기생충' 히트 이후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숫자로 보니깐 제가 관심을 진짜 많이 받고 있더라고요. 내가 누구인지 찾아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원래 폴로어가 383k(38만3000명)였는데, 이제 1.3M(130만 명)이 됐어요. 인스타그램에서 M자 달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거든요."
최우식은 2011년 드라마 '짝패'로 데뷔했다. 이후 그에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안겨준 '거인'(2014), 좀비영화 '부산행'(2016) 봉준호 감독 '옥자'(2017) 등 여러 작품에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왔다.
출세작은 역시 '기생충'. 개봉한 뒤 단 1년 만에 글로벌 인지도를 지닌 배우로 부상했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기우는 학력을 속여 부잣집 과외 교사로 취업하는 인물이다. 누가 봐도 멋지고 당당한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쭈뼛대고 머뭇거린다. 기우의 구부정한 어깨가 세계적 실업난에 시달리는 청년 마음을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청년들을 연기해왔어요. 제가 연기한 인물들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들을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그런 선택을 통해서 대가를 치르는 것도 하나의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된 '사냥의 시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분한 기훈은 폐허가 돼버린 한반도에서 생존책을 모색하다가 친구들과 도박장을 털기로 결심한다. 영화 자체는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렸지만, 그의 연기만큼은 호평 받았다. 욕 없이는 좀체 대화를 끝맺지 못하는 언어 습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위악적 행동을 통해 한국 청년의 초상화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날것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여태껏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라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돼 됐죠. 하지만 감독님이 진짜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집중할 수 있었어요."
기훈의 모습엔 본인 성격을 많이 투영했다. 자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배우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만든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릇이 그렇게 깊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갖고 있는 원래 모습들을 많이 가져다 쓰죠. 이번 영화에서 기훈은 엄마와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데요. 저 역시 부모님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게 공통점이에요."
최우식은 말을 깔끔하게 정돈해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스스로 "내가 굉장히 서툴고 원래 말도 횡설수설하는 스타일"이라며 "기자 분들이 포장을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좌충우돌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답변엔 언제나 확실한 방향성이 있었다. 다른 요소가 아닌 연기 그 자체로 승부를 보겠다는 집념이다. 이를테면 '기생충'으로 누린 여러 영광 중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렇다.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SAG)에서 '앙상블상'을 받은 일이라고 답했다. 해당 시상식 최고 영예인 앙상블상을 한국 영화가 받은 건 처음이다.
"그건 배우가 배우에게 주는 상이에요. 우리가 미국 배우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으면서 수상했어요. 제가 그 상을 받고 번쩍 들어 올리는 사진이 있거든요. 그 상이 제가 지금까지 받아봤던 상 중에 무게가 제일 많이 나가요. 일부러 무겁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 무게를 느끼자'고 다짐했어요. 더 좋은 연기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앞으로 어떤 영화에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다시 한 번 그걸 떠올리며 고민할 거예요."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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