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가운데 일본의 한 평론가가 영화에 대한 황당한 해설을 내놓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현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에 지난 17일 실린 '한국 영화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일본 포털 야후 재팬 헤드라인 기사로 게재됐다. 이 기사의 작성자는 국제 정치 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시라카와 츠카사로 기사 초반 그는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으로 보내지는 작품으로 그 평판이 높았다"면서 각본상과 감독상, 작품상까지 수상한 것은 "영화사에 남을 만큼의 쾌거"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기사 `한국 영화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 작성자 시라카와는 부자 가족을 일본으로, 반지하 가족을 한국으로, 지하 부부를 친일파 한국인으로 비유했다. [사진 출처 = 야후 재팬 캡처]
논란은 기사 말미에서 불거졌다. 시라카와는 기생충에 등장하는 세 가족을 부자 가족, 반지하 가족, 지하 부부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IT 기업을 운영하는 부자 가족을 "전후의 고도성장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간 일본"으로 대체했고 그곳에 기생하는 반지하 가족은 "일본과 개발도상국의 대륙인 아시아 사이에 있는 한국에 비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소 추하게 그려진 지하 부부는 국내에 대해서 엄격한 시선을 갖고 있는데 일본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친일파 한국인'처럼 보인다"고 전했다.나아가 시라카와는 영화 속 송강호 가족과 이선균 가족의 갈등 서사를 해설하며 "일본에서 받는 차별 의식과 국제 조약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태도에 분노와 도리를 넘은 일본에 대한 파괴 욕망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반지하 가족의 아들 최우식이 저택을 구입해 아버지를 구출하겠다며 하는 약속은 "한국이 세계를 이끄는 선진국이 되겠다는 맹세"라고 주장했다.
시라카와는 "어디까지나 제 나름의 해석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내 영화 팬들은 반발하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시라카와라는 사람은 평론가라는 직업에 걸맞은 코멘트를 찾다가 무리수를 둬 자충을 범한 것"(ino****)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전인수격 정신승리"(ㅇㅇ****)라고 일갈했으며 "일본이 추격당한다는 데서 굉장히 조바심을 낸다는 것이 느껴진다"(FGI****)라는 반응을 보이는 누리꾼도 있었다.
일본 현지의 반응도 싸늘했다. 해당 기사에 자신의 의견을 단 현지 누리꾼은 "세계에서 이런 해석을 할 수 있는 건 일본뿐"이라며 "감독 스스로가 이 영화에서는 선과 악을 구별하기 어려운 현실을 그렸다고 말했는데 너무 혐한 감정이 들어있다"(jun****)고 비판했다. 또 한 현지 누리꾼은 "명백히 그런 의도나 사상이 없는데도 멋대로 자신이나 타인을 투영해 생각하는 것을 '자의식 과잉'이라고 한다"며 "(기사를) 읽는 게 부끄러워선 안 된다"(fkr****)고 꼬집었다.
한편 일본에서 '기생충'은 지난 15~16일 주말 이틀간 3억 7000만엔(약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 2005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15년 만에 한국 영화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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