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되면 밟게 되는 수순이 있다. 소위 위인전으로 불리는 어린이 학습만화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으로 봉준호가 슈퍼스타가 되면서,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직업탐구 만화 'I AM(아이엠) 봉준호'(주니어RHK)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지난 1월 31일 발빠르게 출간된 이 책은 13일 교보문고 어린이 분야 베스트셀러 68위에 올라있다.
스토리박스가 쓰고, 최우빈이 만화를 그린 이 책은 12세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다는 봉준호의 소년시절을 복원하고, 그의 일대기를 통해 영화감독의 세계를 알아보는 어린이 만화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해 전문 지식을 쌓은 뒤, 데뷔작의 실패를 거쳐 어떻게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일화와 함께 그려냈다.
봉준호보다 앞서 최근 출간된 직업 탐구 학습만화의 선배로는 방탄소년단(BTS), 이국종 등이 있었다. 아이들을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키우고 싶은 '맹모'들이 이 어린이 위인전 시리즈의 주요 구매고객들이다.
맹모들의 관심은 봉준호의 '입'으로 전세계 외신들의 큰 주목을 받은 샤론 최(25·최성재)로도 모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무대 위에서 최씨의 차분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고 영국 출신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이라며 샤론 최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최씨의 영어가 극찬을 받는 이유는 봉 감독의 의도는 물론 유머까지 정확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다. 통역 장면을 담은 유튜브 영상 중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긴 것들도 많다.
최는 전문 통역사가 아닌 영화감독으로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부터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춰왔으며, 지난 해 12월 미국 NBC '투나이트 쇼'를 비롯한 방송 출연과 현지 무대인사,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통역을 책임졌다. 최씨는 용인외국어고(현 한국외국어대부속고) 국제반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초보 감독이다. 봉 감독은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최씨가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현재 장편 영화를 각본을 쓰며 준비 중이다. 나도 그가 쓴 각본의 내용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그가 다닌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P 영어학원이 연관 검색어로 오를 정도다. 그가 이 학원 유치부를 졸업했다는 소문에 입학 문의 전화도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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