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기호, 문학사상사 정면 비판

파행으로 번진 이상문학상 논란 이후 한 달 만인 4일 문학사상사가 사과문을 발표한 가운데 문학사상사가 언급한 '출판권 1년 설정' 조항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학사상사가 입장문을 발표한 다음날인 5일 이기호 소설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상문학상으로 메우려 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기호 소설가는 김금희·최은영 작가와 함께 올해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내정됐으나 저작권 양도 조항을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이기호 작가는 "경영이 어려우면 더 이상 이상문학상을 운영하지 말라. 안 어려운 출판사가 어디 있나"면서 "문학상을 장사의 핵심으로 삼으니까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문예지 발간으로 인한 적자를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판매수익으로 보전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문학사상사가 '저작권 3년 양도' 대신 예고한 '출판권 1년 설정' 조항을 두고 이기호 작가는 "어느 문학상이 그런 합의를 요구하나"며 "문학상이 무슨 전세 계약인가, 작가들은 무슨 임차인인가"라며 "운영을 핑계로 그런 합의를 요구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문학사상사는 수상 조건으로 우수상 수상작가에게도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을 제안했다가 큰 비판을 받았다. 작가들의 수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사태가 촉발됐다. 이에 임지현 문학사상사 대표는 지난 4일 올린 사과문에서 저작권 3년 양도에 관한 조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작품을 수록해 출판하는 권리만 1년간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학상의 작품집 수록을 위해서는 작품을 쓴 작가에게 작품의 '비(非)독점적 이용'을 허락 받는 게 통상적이다. 이기호 작가의 이러한 비판은 작품의 독점 사용 여부를 두고 문학사상사가 1년간의 독점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9년 단편소설 '버니'로 등단한 이기호 소설가는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