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컬처 DNA] 팝송이 국내 음원차트 중심으로 들어왔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팝 음악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1980년대 이후 다시 상위권으로 돌아온 건 근 30년 만이다. 팝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낮은 가격으로 노래를 소비하게 되는 디지털 음원 시대 특징이 꼽혔고 동시에 일각에선 최근 도덕적으로 일탈한 한국 가수들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팝송, 마니아 음악에서 보편적 취향으로
지니뮤직의 올해 7월 월간 종합차트에서 나오미 스콧이 부른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3위를 기록했다.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디지털 음원 서비스는 노래 순위를 겨루는 차트를 '국내' '해외'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등으로 나누는 데, 그중 '종합' 카테고리는 노래 국적과 장르에 무관하게 전체 곡이 판매량을 다투는 부문이다.
즉, 팝송이 국내 가수들이 발표한 노래와 경쟁해 월간 순위 3위에 올랐다는 의미다. 팝송의 한국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요즘엔 그것이 일상화됐다는 점에서 트렌드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일례로 나오미 스콧보다 한 달 앞선 지난 6월 잉글랜드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가 '2002'로 지니뮤직 1위, 멜론 2위, 소리바다 3위 등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개별 노래가 반짝 주목받는 게 아니라 팝 전반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7월 지니뮤직 월간 차트에서는 3위 나오미 스콧에 이어 6위 앤 마리, 14위 빌리 아일리시 '배드 가이', 19위 메나 마소우드 '어 홀 뉴 월드' 등 팝 음악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불과 1년 전인 2018년 7월 동 차트에서 최고로 높은 순위를 기록한 팝이 25위 '핸드 클랩'이었으며, 그 뒤로 28위 '하바나', 34위 '셰이프 오브 유'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OST, 팝송 전성기의 최고 수혜자
최근 팝송의 인기는 음악 소비 패턴 변화에 크게 기인한다. 음악 감상이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위주로 바뀐 이후 개별 노래를 듣기 위해 전체 앨범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팝송을 듣기 위한 비용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패러다임 변화의 가장 큰 수혜를 입는 노래는 영화와 드라마 삽입곡이다. 네이버뮤직 7월 차트에서 이를 살펴보자면, 3위 '스피치리스', 11위 '어 홀 뉴 월드', 28위 '아라비안 나이트', 36위 '프린스 알리'가 모두 영화 '알라딘' OST다. 실사화 '알라딘'이 국내 1200만 관객(8월 7일 기준)을 모으는 초대박을 터뜨리며 음원까지 히트에 성공한 것이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요즘 OST 인기는 극장 안에서 영화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 덕이 크다"며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장 안에서 따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노래를 예습·복습하면서 음원 순위까지 함께 높인 것"이라고 봤다.
◆ '버닝썬 게이트' 이후 일부 엔터사에 대한 불매운동도 팝송 인기에 한몫한 듯
이 밖에 소위 힙한(유행에 한발짝 앞서 나가는) 노래로 평가받은 작품들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리아나 그란데 '생큐 넥스트'(2018년 12월), 빌리 아일리시 '배드 가이'(올해 5월) 등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K팝 아이돌에 대한 수요 감소가 팝송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버닝썬 게이트'와 병역 특혜 논란 등 유독 한국 대중음악 내에 잡음이 많이 발생했으며, 그것이 해당 아티스트 소속사에 대한 불매 움직임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여러 이유로 팝송 주가가 상승하면서 해외 음반사와 한국 엔터테인먼트사는 서로를 지렛대 삼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아이돌은 팝송을 따라 부른 일명 '커버(cover) 영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또 팝 가수들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K팝 아티스트에게 컬래버레이션을 위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올드 타운 로드'로 빌보드 핫100에서 18주간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 가수 릴 나스 엑스는 지난달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피처링한 노래 '서울 타운 로드'를 냈으며, 이를 통해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은 SNS를 통해 제3세계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릴 나스 엑스 같은 해외 가수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는 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가 해외 유명 가수와 협업하는 것 외에도 인디 뮤지션과 컬래버를 통해 그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팝송, 마니아 음악에서 보편적 취향으로
지니뮤직의 올해 7월 월간 종합차트에서 나오미 스콧이 부른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3위를 기록했다.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디지털 음원 서비스는 노래 순위를 겨루는 차트를 '국내' '해외'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등으로 나누는 데, 그중 '종합' 카테고리는 노래 국적과 장르에 무관하게 전체 곡이 판매량을 다투는 부문이다.
즉, 팝송이 국내 가수들이 발표한 노래와 경쟁해 월간 순위 3위에 올랐다는 의미다. 팝송의 한국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요즘엔 그것이 일상화됐다는 점에서 트렌드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일례로 나오미 스콧보다 한 달 앞선 지난 6월 잉글랜드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가 '2002'로 지니뮤직 1위, 멜론 2위, 소리바다 3위 등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개별 노래가 반짝 주목받는 게 아니라 팝 전반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7월 지니뮤직 월간 차트에서는 3위 나오미 스콧에 이어 6위 앤 마리, 14위 빌리 아일리시 '배드 가이', 19위 메나 마소우드 '어 홀 뉴 월드' 등 팝 음악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불과 1년 전인 2018년 7월 동 차트에서 최고로 높은 순위를 기록한 팝이 25위 '핸드 클랩'이었으며, 그 뒤로 28위 '하바나', 34위 '셰이프 오브 유'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OST, 팝송 전성기의 최고 수혜자
최근 팝송의 인기는 음악 소비 패턴 변화에 크게 기인한다. 음악 감상이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위주로 바뀐 이후 개별 노래를 듣기 위해 전체 앨범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팝송을 듣기 위한 비용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패러다임 변화의 가장 큰 수혜를 입는 노래는 영화와 드라마 삽입곡이다. 네이버뮤직 7월 차트에서 이를 살펴보자면, 3위 '스피치리스', 11위 '어 홀 뉴 월드', 28위 '아라비안 나이트', 36위 '프린스 알리'가 모두 영화 '알라딘' OST다. 실사화 '알라딘'이 국내 1200만 관객(8월 7일 기준)을 모으는 초대박을 터뜨리며 음원까지 히트에 성공한 것이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요즘 OST 인기는 극장 안에서 영화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 덕이 크다"며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장 안에서 따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노래를 예습·복습하면서 음원 순위까지 함께 높인 것"이라고 봤다.
지니는 지니뮤직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버닝썬 게이트' 이후 일부 엔터사에 대한 불매운동도 팝송 인기에 한몫한 듯
이 밖에 소위 힙한(유행에 한발짝 앞서 나가는) 노래로 평가받은 작품들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리아나 그란데 '생큐 넥스트'(2018년 12월), 빌리 아일리시 '배드 가이'(올해 5월) 등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K팝 아이돌에 대한 수요 감소가 팝송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버닝썬 게이트'와 병역 특혜 논란 등 유독 한국 대중음악 내에 잡음이 많이 발생했으며, 그것이 해당 아티스트 소속사에 대한 불매 움직임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RM이 릴 나스 엑스와 협업한 `서울 타운 로드` 가사에 한국의 호미에 대해 언급하자 해외 각 매체에서는 `호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사진=방탄소년단 트위터
여러 이유로 팝송 주가가 상승하면서 해외 음반사와 한국 엔터테인먼트사는 서로를 지렛대 삼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아이돌은 팝송을 따라 부른 일명 '커버(cover) 영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또 팝 가수들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K팝 아티스트에게 컬래버레이션을 위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올드 타운 로드'로 빌보드 핫100에서 18주간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 가수 릴 나스 엑스는 지난달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피처링한 노래 '서울 타운 로드'를 냈으며, 이를 통해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은 SNS를 통해 제3세계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릴 나스 엑스 같은 해외 가수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는 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가 해외 유명 가수와 협업하는 것 외에도 인디 뮤지션과 컬래버를 통해 그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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