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에도 바람이 부는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지난 수십 년간 지배해왔던 양적 성장에 대한 정책 패러다임은 한국관광이 순탄치 않은 흐름을 이어가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래 관광은 예기치 않은 외생변수들에 (예 : 메르스·사드·국제 정세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관광시스템에 혁신적인 변화가 없기에 외국인 방문객 감소세와 함께 내국인의 해외여행 물결을 막지 못하고 있으며, 관광의 경제적 동력이 꺼질 수 있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관광의 총체적 위기는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전국에 걸쳐 관광 진흥과 개발을 위한 수많은 사업이 전개되고 있지만, 사업의 성과를 큰 틀에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정책을 둘러싼 자원 낭비가 심각하다. 외생변수에 취약한 산업구조, 관광수지 적자 심화,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광사업의 분절 및 중복 사업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정리하지 않는다면 한국관광은 시행착오만을 되풀이할 것이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이 점에서 필자는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유도하는 지역관광 경쟁력 강화를 유일한 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싶다. 즉 지역관광이 살아야, 지역의 색(色)을 표출할 수 있고 지역관광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
지역관광 경쟁력은 곧 국가 관광경쟁력이다. 세계경제포럼은 관광경쟁력을 "한 국가의 관광여건이 국제관광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국가의 관광 생산성과 관련된 총체적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여행 및 관광부문의 지속적인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요소 및 정책의 총체"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관광경쟁력이 세계 136개국 중 19위를 나타내고 있지만, 정부는 2022년까지 15위까지 끌어올리면서 25조 원 규모인 관광사업체 매출을 30조 원까지 늘린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DMZ 관광'같은 지역 특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웰니스' 등 고부가 상품을 개발하여 수익 개선과 함께 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혹자는 경쟁력에 대해 시작과 끝이 구분된 단절 구조가 아니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시작에 의한 끝이 재시작으로 연결되는 순환구조를 가진다고 하였다. 즉 시스템에서 산출된 성과는 다시 자본요인으로 재투자되며, 특히 지식 자본과 인적 자본에 재투자되어 재생산과 발전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바로 사업 발굴과 운영만이 답이 아니다.
국내·외 외생적 변수에도 한국 관광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지역관광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하여 경쟁우위 부문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취약한 부문에 대해서는 경쟁우위를 지닌 지역역량을 공유해 국내 관광산업의 공동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관광산업의 새로운 시스템 구축은 우리 경제가 12년 만에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고 4만 달러 시대를 향하여 새롭게 전진하는 데 중요한 지렛대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국민의 삶에 큰 변화가 일면서 불확실한 환경에 직면했지만,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담당할 분야가 관광산업임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관광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가 넘고, 정체된 지역에 인구 유입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다. 사실 12년 전에 600만 명에 불과했던 한국 방문객이 2018년에는 1,500만 명이 넘었다. 외형적 성장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고 3만 달러 시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한국 관광산업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지역관광 경쟁력 시스템 구축과 진단을 통하여 지역과 국가의 관광 체계가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실천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철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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