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퇴사 전문가'라고 불려도 좋을 것 같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이 책의 저자는 첫 직장 8년 만에 사표를 쓴다. 글을 쓰는 삶은 좋았지만 글만 쓰는 삶은 싫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연일 이어지는 야근, 반복되는 월 단위 업무에서 오는 매너리즘까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판단이 섰고 두렵지만 과감한 '첫 퇴사'의 선택을 했다.
저자인 박정선 씨는 잡지사 근무 이후 디지털 커머스 스타트업, 소비재 유통 대기업,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미디어 기업 등 다양한 회사를 경험했고 매번 다른 상황과 이유로 인해 퇴사를 했다.
사실 이 책은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은 물론 입사를 앞두고 있거나 현재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 모두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가 겪은 다양한 퇴사의 경험과 이유, 또 의사결정 과정들은 직장인들이 더욱 열심히 생활하기 위해서라도 간접 경험할 만한 주제다.
'퇴직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6번이나 직장을 옮겼지만 쉬운 퇴사는 한번도 없었다. 저자는 오갈 데 없는 백수가 될 게 뻔한 상항에서도 너무 아니다 싶으면 '차라리 굶는 게 낫겠다'는 배포로 사표를 내기도 했다.
여러 직장에서 겪은 생생한 퇴사 경험이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낯설지 않다. 저자의 경험은 특정 회사, 특정 업무에서만 겪는 일은 분명 아니다. 다만 저자는 보다 예민하게 이를 관찰했고,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길 원했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해 보이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이 있다"라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처럼 각각의 회사는 제각각의 이상함이 있다. 저자의 예민한 시선은 그 이상함과 모순됨을 포착해 낸다. 살짝 한발 떨어진 자리에서 직장인들의 삶을 묘사하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인 것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방관자적 자세로 회사를 다니지 않았고 오히려 일을 대하는 자세는 누구보다 더 진지하다. 이른바 '외부자의 시선을 지닌 내부자'의 관점을 갖고 일을 대하는 태도가 신선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업무에서도 보다 주체적인 자세를 지니라고 말한다. 웹툰 <미생>에 나온 조치훈 9단의 말 "그래 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 그래도 내 바둑이니까"처럼. "그래 봤자, 회사 일"이지만 "그래도 내 인생"이라고 말이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하는 주제와 내용들이 책 안에는 꽉꽉 들어차 있다. 저자가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들의 상담자 역할, 미디어를 통해 직장인들의 공식적인 상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 때문일 것이다.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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