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지나치면 탈 난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1일 개봉)가 딱 그렇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시리즈 10년 여정의 종지부를 찍는 영화답게 스케일은 대폭 확대됐으나, 그 뿐이다. 플롯은 여전히 문제 투성이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지난 4편에서 일관되게 한계로 지적되어온 빈약함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과잉의 문제다.
시나리오 작가 12명을 투입한 게 역효과를 낸 것일까. 개별적인 이야기가 방향성을 잃고 흩어져 한 갈래로 수렴하지 못한다. 아서왕 전설이라는 중세 판타지부터 스톤헨지 미스터리, 상투적인 멜로 드라마, 막 같다 붙인 듯한 창조주 설화, 육해공 액션부터 차량 추격,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영화 말미 전투 신, 어지럽게 돌출하는 B급 유머 등.
이야기가 산만하니 캐릭터는 안 보인다. 주인공 예거(마크 월버그)는 중심 한 번 못 잡고 고꾸라지기 일쑤이며, 소녀 이자벨라(이사벨라 모너) 등 몇몇 조연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타나고를 거듭한다. 그나마 봐줄 만한 건 노장 배우 안소니 홉킨스 뿐인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만 그렇다는 거다.
윤성은 영화평론가의 지적은 이 영화의 난점을 정확히 꿰뚫는다. "이야기는 장황한데 캐릭터가 이미지에 함몰돼 전혀 살지 않는다. 누가 연기해도 비슷했을 것 같다. 이미지만 보면 기술 진보 수준만큼은 역대급이지만 블록버스터는 기본적으로 대중영화잖나. 이야기가 전달 안 되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그렇다. '최후의 기사'는 실패한 괴작이다.
조금은 옹호해볼 수도 있겠다. 마이클 베이의 시리즈 마지막 영화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말이다. 지난 10년간 시리즈 5편을 모두 본인이 찍어왔다. 이건 아무나 누릴수 없는 특권이다. 그간 제작비만 짚어봐도, '트랜스포머'(2007) 1억 5000억달러,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 2억 달러, '트랜스포머3'(2011) 1억 9500만 달러,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014) 2억 1000만 달러, 그리고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2억 6000억달러(한화로 3000억원). 아마도 그는 평생 누릴 감독으로서의 행운을 모두 소진한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가정해볼 수도 있겠다. 하차를 앞둔 만큼 그간 해보려 했으나 꾹꾹 참아야 한 모든 것을 전부 쏟아부으려 했을 거라고. 후속편을 기약할 필요 없으니 전보다 눈치볼 일도 적었을 게다. 그 결과가 어떻든 말이다.
스펙터클의 난장을 거쳐 이 영화 결말은 향후 나올 스핀오프(기존 영화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만들어낸 새 이야기) '범블비'를 염두에 둔 것일 텐데, 이미 수명이 다 한 듯한 시리즈에 마지막까지 손 들어줄 관객이 얼마나 남을 지는 미지수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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