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 1000만 영화가 있다면, 뮤지컬계에는 '100만 뮤지컬'이 있다.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등 쟁쟁한 스타들을 배출한 바로 '지킬 앤 하이드'다.
상반된 두 개의 인격을 지닌 주인공과 그를 사랑하는 두 여인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그린 '지킬 앤 하이드'는 사실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한 작품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1980년에 기획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까지 17년이나 걸렸고 흥행작 대열에도 끼지 못했다. 그런데 2004년 오디컴퍼니가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해 올린 '지킬 앤 하이드'는 '초대박'이 났다.
성공에 힘입어 오디컴퍼니가 미국 브로드웨이 제작사와 합심해 이번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시장으로 역진출한다. 한국 창작자가 해외 판권을 사서 브로드웨이 배우들로만 구성된 뮤지컬을 세계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이번 월드투어버젼은 무대, 스토리, 의상, 전 부분에서 세계시장에 맞춰 변신을 꾀했다.
화려해진 무대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한국버젼 무대는 드라마중심이었기때문에 거울이나 액자 등을 활용하는 단순한 무대였다. 그런데 이번 월드 투어 무대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2층 구조에 무대높이만 5~6m에 이른다. 특히 지킬의 실험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지킬이 대표곡 '지금 이 순간'을 부를때 순식간에 유리병이 가득 찬 실험실로 변하는 무대는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알록달록한 1800개의 메스실린더로 장관을 이룬다. 이 외에도 붉은 벽지 일색의 거실은 나무느낌의 벽지로 바꿔 묵직한 느낌을 살렸다. 한국 관객들에게 지적을 받아온 의상도 바꿨다. 월드투어팀은 빅토리아 시대의 수제 실크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의상을 특별 제작했다.
한국 공연에서 선보였던 은유나 신파는 최대한 배제했다. 보다 직설적인 가사와 명확한 상황으로 스토리에 보편성을 확보했다. 대표적으로 수술대에 누워만 있던 지킬의 아버지는 이번 작품에서는 광기어린 발작을 연기한다. 지킬의 절실함을 부각시켜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그 음침한 속 맘 알면 여자들은 소름 돋지/그럼 뭐해 여자들도 똑같아/땡기는 걸 못참는 걸/안아줘요 나를 제발"(한국버젼)
"블랙과 레드 실크 드레스/그거면 홀딱 넘어와 아주 쉬워/남잔 많고 시간은 없어/다 갖고 싶은데, 내가 나빠?" (월드 투어 버젼)
지킬을 짝사랑하는 클럽 무용수 '루시'의 변모도 눈에 띤다. 루시의 넘버 '브링 온 더 맨(Bring on the man)'의 가사가 대폭 수정됐다. 사랑을 갈구하는 연약한 루시는 보다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또 당시 한국 관객들의 정서에 맞지 않아 삭제됐던 스트리트 클럽의 성적 표현도 되살아났다. 안무도 보다 노골적이고 과감해졌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기존의 한국 프로덕션과 차별화하고 싶은 마음과 비교되는 부분에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보편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기존공연에서의 장점은 유지하되, 보편적인 정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5월 2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후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팀은 아시아와 미국 공연에 나선다.
[김연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