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 경매시장을 양분하는 K옥션과 서울옥션의 올해 첫 본경매가 각각 지난달 22일과 지난 7일 끝났습니다. 약 100곳의 갤러리가 참여한 미술품 장터인 화랑미술제도 12일 폐막합니다. 1분기 주요 일정을 마무리 중인 국내 화랑가는 남은 3분기를 어떻게 예상할까.
연이은 악재로 올해 미술 시장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화랑주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미술 시장은 경기 흐름과 밀접하게 맞물려 움직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침체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국내 시장은 작년 말 정국 불안정까지 더해지면서 한껏 움츠러들었습니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12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경제 상황도 좋지 않고 여러 악재도 있어 올해 상반기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갤러리 대표도 "작년 10월부터 거래가 확실히 꺾였고 기존 고객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화를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당분간은 갈 것 같아서 걱정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지난주 들려온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관장 사퇴와 기획전 취소 소식도 시장에 찬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홍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은 매년 고미술과 현대미술품을 사들이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컬렉터와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 상징성을 고려할 때 리움의 '개점휴업'이야말로 미술 시장의 최대 악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관계 악화도 시장을 낙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충격의 크기를 두고서는 중국 시장에 주력하는 갤러리와 유럽·미국 시장이 주 무대인 갤러리 사이에 전망이 엇갈립니다. 이달 24일 홍콩에서 진행되는 서울옥션 경매가 '큰 손'인 중국 바이어들의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2014~2015년 국내 시장을 일으켜 세웠던 단색화 열풍도 지난해부터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입니다. 갤러리들과 경매사들은 또 한 번의 '단색화' 열풍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다음 달 리움의 김환기 회고전, 9월 상하이 유즈미술관의 단색화 전이 취소되는 등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이밖에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천경자, 이우환 화백의 계속되는 위작 논란도 미술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 시장이 하반기부터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대선이후 새 정권이 경기 부양책을 쓰면 미술 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단색화를 중심으로 한 고가 시장이 보합세를 보이는 사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중저가·온라인 경매가 인기를 누리는 것도 미술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되리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K옥션과 서울옥션의 이번 본경매에서도 낙찰률이 각각 82.3%, 75.56%로 나쁘지 않은 수준을 기록한 것도 긍정적인 지표입니다. 작년보다 개최 기간을 하루 단축한 올해 화랑미술제에서는 첫날 관람객이 4천~5천 명으로 작년의 2천500~3천 명보다 많은 데 다소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이화익 화랑협회장은 "국내 미술 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버텨오지 않았느냐"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미술로 위안으로 삼고 기분을 전환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낙관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시장의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단색화 같은 열풍을 만들려면) 단순히 전시만이 아니라 출판이라든가 다방 면에서 뒷받침하는 작업들이 있어야 한다"라면서 "미술계에서 그러한 기초적인 것들을 오래전부터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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