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는 달콤하고 쫀득쫀득한 맛으로 유명한 과자다. 젤리와 가래떡의 중간 식감으로 쌉싸름한 커피와 마시면 일품이다.
달콤한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휘어잡은 이 디저트의 행복한 느낌을 화폭에 그리는 화가가 있다. '늦깎이 작가' 배수경(54)이다. 그는 "그림이 내겐 큰 즐거움, 즉 딜라이트다. 딜라이트라는 단어에 사로잡힌 뒤에 '터키시 딜라이트'를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는 9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터키시 딜라이트'를 타이틀로 삼은 개인전을 연다.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배수경은 결혼과 출산, 육아로 쉰이 넘어서야 화단에 데뷔할 수 있었다. 미대 진학에 대한 뜻이 컸지만 여의치 않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작품에는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나만의 독창적인 기법과 색감, 표현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크릴로 그린 화폭 30여 점에는 한결같이 의자가 등장한다. 유려한 바로크식 의자부터 철재 의자,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 등 각양각색의 의자다. 각각의 작품명도 터키시 딜라이트의 재료인 코코넛, 키위, 젤리빈, 레몬, 망고 등이다.
"작년 여름부터 의자에 꽂혔어요. 건축도 좋아하는데 의자는 작은 건축물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안식처 같기도 합니다."
모든 그림을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그리는 그는 "그림은 기술로 하는 게 아니라 내면의 진실로 그리는 것"이라며 "마치 내가 캔버스 위로 올라가서 그리는 것처럼 그림과 일체가 된다"고 밝혔다.
순수한 내면의 기쁨과 원색의 색감이 어우러진 화려한 화폭은 긍정 에너지를 마구 내뿜는다. 미술평론가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배수경 작가의 캔버스는 마치 한바탕 벌어진 축제의 마당처럼 활기차다"며 "무료한 일상과 정형화된 규범으로부터 일탈해 본능과 자유의 충동을 따르는 축제의 마당"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22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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