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기록된 부호의 자손이 예술가를 위한 기부 천사로 변신했다. 스탠더드 오일 창업자인 존 D 록펠러의 5대손인 웬디 오닐(54) 아시아문화위원회(Asian Cultural Council) 의장 이야기다. 유덕형 서울예술대 총장이 수상한 ‘존 D 록펠러 3세 상’을 시상하기 위해 방한한 오닐 의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예술이 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하신 작은 할아버지(존 D 록펠러 3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기부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UCLA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중국역사를 전공한 오닐은 4년 전부터 ACC의장을 맡아 아시아와 미국의 예술 문화 교류 지원에 헌신하고 있다. 1963년 ACC 설립 이래 6000건 이상의 예술가들이 장학금을 지원 받았다. 오닐 의장은 “장학금으로 많은 한국 예술가들이 미국에서 공부와 작업을 할 수 있었고 훌륭한 양국 문화 교류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록펠러 가문은 ACC이외에도 여러 자선재단을 만들어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가는 현재 250여명에 달하고 자손이 늘수록 자선단체 수도 늘고 있다. 오닐은 “록펠러 3세는 인류애를 근간으로 자선활동을 시작했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1주일 용돈 25센트 중 10센트를 기부해야 했을 정도로 기부를 생활화하는 교육 받았다”고 말했다. ACC는 조건 없이 예술가들에게 후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닐은 “장학금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값지게 쓰는 게 중요하다. 재단의 규율이 아니라 본인의 도전에 의해 공연이든 전시든 마음껏 재능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964년 김환기 이후 백남준, 김창열 등 쟁쟁한 대가들이 이 재단의 지원을 받았지만 150여 명의 수혜자 가운데는 신진 예술가도 많다.
오닐 의장은 “기성 작가든 신인 작가든 해외에 체류한 뒤 본국에 돌아가 더 성장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만 준다면 수혜자로 선정하고 있다”면서 “인기나 지명도보다는 가능성과 그 사람의 변화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한 기간 동안 그는 “한국의 최첨단 융합 예술을 많이 만났다”면서 “지속적인 문화교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CC는 존 D 록펠러 3세의 출연으로 설립됐지만, 반세기 동안 수많은 기부금으로 유지되어왔다. 그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후원자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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