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창조물이라는 말밖에 달리 설명되지 않는 영화가 있었다. 인간의 손길을 떠나 이미 그 자체로 숭고해져버린 영화. 그것을 만든 당사자도 선뜻 자신의 작품이길 망설여 했다. 대신 이렇게 부르짖었다. “오, 신이시여, 과연 이게 제가 만든 작품입니까?”
1960년 제3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미국 할리우드 돌비극장. 윌리엄 와일러 감독(1902~1981)의 탄성과 함께 아카데미는 ‘벤허’(1959)를 20세기 최고의 종교영화로 호명했고, 열한 개의 영예(榮譽)가 이 한 편의 영화에게 쏠렸다. 그 목록은 이러했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의상디자인상’ ‘음향상’ ‘편집상’ ‘특수효과상’. 20세기 말 ‘타이타닉’(1997)의 출현 전까지 40여 년 간 깨지지 않은 전설의 기록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불후의 명작 ‘벤허’가 올 하반기 두 번 부활한다. 한 번은 오는 7월 7일 재개봉작으로, 다른 한 번은 오는 9월 리메이크작으로다. 고전의 정수(精髓)를 먼저 음미한 다음 60여 년이 흘러 재탄생한 21세기 버전을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일 테다.
영화는 남북전쟁 영웅 루 윌리스 장군의 소설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1880)가 원작이다. 당시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이 책은 1907년 15분짜리 무성영화로 처음 영화화됐고, 이후 프레드 니블로 감독(1874~1948)의 손을 거쳐 1925년 첫 장편극으로 세상 밖에 나왔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히 열려진 ‘벤허’는 이 장편극을 리메이크 한 1959년작. 그러니까, 내달 7일 개봉하는 ‘벤허’는 이 1925년작의 리메이크 버전, 9월 개봉하는 ‘벤허’는 1959년작의 리메이크 버전인 셈이다.
‘벤허’(1959)는 미국 파라마운트사가 ‘십계’(1956)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자 위기의식을 느낀 경쟁사 MGM이 승부수로 택한 영화로 알려져 있다. 천문학적인 제작비인 1500만 달러(당시 영화 평균 제작비의 4~5배)를 들였고, 무려 10년의 제작기간 동안 10만명의 출연진이 동원되었다고 영화사(史)는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CG(컴퓨터그래픽)나 특수효과 한 번 없는 100% 수작업이었다.
원작 소설이 예수 그리스도 행적에 초점을 두었다면 영화는 그리스도가 아닌 유다 벤허(찰톤 헤스톤)의 삶을 추적한다. 종교적인 테마를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십계’와 달리 휴머니즘을 앞세우지만, 두르고 있는 주제는 다분히 기독교적이다. 전차 경주와 해상 전투 신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손꼽히는데, 특히 15분가량 전차 경주 신에만 1만5000명이 동원돼 4개월간 연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재개봉 버전은 IMAX 초대형 화면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로 복원됐다.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상영될 예정이며 한층 고화질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준비되어 있다. 뒤이어 9월 개봉하는 ‘벤허’(2016)는 범죄 스릴러 영화 ‘원티드’를 연출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각본은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뭐진 존 리들리가 맡았고 ‘아메리칸 허슬’의 잭 휴스턴,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토비 캡벨, ‘300’ 시리즈의 로드리고 산토르, 연기파 배우 모건 프리먼 등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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