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주인공 간 절절한 사랑도, 탄성을 자아낼 빛나는 무대장식도 없다. 선율에 몸을 맡긴 흰옷 차림 무용수들의 섬세한 몸짓이 줄거리를 대신한다. 몸짓을 입은 선율은 즉각 전에 없던 생명력을 갖는다. 때론 간결함이 화려함을 압도한다.
국립발레단이 신작 ‘세레나데’로 돌아왔다. ‘신고전 스타일’의 대명사인 20세기 러시아 출신의 미국 유명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대표작이다. 신고전 발레는 발레 고유의 테크닉을 유지하는 동시에 줄거리나 화려한 무대장치, 장식적 춤 요소를 최소화시킨 작품을 일컫는다. ‘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 등 국내에 잘 알려진 고전 발레 작품들과 대비된다.
‘세레나데’는 별도의 줄거리나 뚜렷한 주인공 없이 차이콥스키의 관현악곡 ‘현을 위한 세레나데’에 맞춰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풍성한 움직임들로 구성된다. 조지 발란신이 1934년 미국의 발레학교 ‘스쿨오브아메리칸 발레’ 학생들을 위해 만든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여성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작품이면서도 대중적”이라며 ‘세레나데’를 고른 이유를 전한 바 있다.
차이콥스키의 감미롭고 서정적인 선율 하나하나 모두 춤으로 표현해내는 무용수들의 정교한 몸짓은 줄거리 없이도 춤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왈츠풍인 2악장 음악에 맞춰 남녀 무용수가 선보이는 밝고 경쾌한 느낌의 2인무가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부분을 국립발레단의 간판 스타이자 가장 고참인 발레리나 김지영과 지난해 말 입단한 신참 발레리노 박종석이 선보일 예정이다. 베테랑과 루키의 호흡에 기대가 쏠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레나데’와 함께 국립발레단이 2014년 초연한 글렌 테틀리 안무의 ‘봄의 제전’도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29일~5월 1일 LG아트센터. (02)587-6181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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