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랄프 왈도 에머슨이 남긴 말이다. 40년 전, 에머슨에게 매료된 네 명의 젊은 음악도가 있었다. 이들은 새로 야심차게 꾸린 실내악단의 이름을 자신들이 흠모하는 작가의 이름에서 따왔다. 40년 간 변함없는 우정을 기반으로 완벽한 화음을 선보이며 명실공히 세계 최정상 현악 4중주단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의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이야기다.
현존하는 현악 4중주단의 ‘지존’ 에머슨 콰르텟이 4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오는 29일 열리는 경기도문화의전당 기획공연을 위해서다. 교향악·독주 공연에 비해 실내악 팬층이 얇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지난 2004년, 2010년 이들의 내한공연은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을 일주일 앞둔 에머슨 콰르텟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답변은 비올리스트 로렌스 더튼(61)이 진행했다.
“한국에 온지 4년이 넘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네요. 한국 관객은 정말 열정적이고, 객석에 젊은 관객들의 비중이 높더군요. 저희가 한국 공연을 늘 고대하는 이유죠.” 그는 내한하는 소감을 먼저 밝히며 3년 전 교육에 전념하기 위해 콰르텟을 떠난 첼리스트 데이비드 핀켈의 자리에 새로 들어온 폴 왓킨스를 언급했다. “새로운 첼리스트 폴과 함께 오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한국 팬들이 그와 함께하는 ‘새로운’ 에머슨 콰르텟의 음악을 좋아해줄 거라 믿어요.”
1976년 뉴욕에서 만들어진 이래 40년 간 꾸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하모니를 들려주고 있는 이들이다. 30개 넘는 음반을 냈고 두 번의 ‘최우수 클래식 음반’ 상을 포함한 9번의 그래미 상을 수상했다. 세계적 권위의 그라모폰 상과 미국 연주자에게 최고의 영예인 ‘에버리 피셔’ 상을 받는 등 수없이 많은 기록을 세웠다.
오랜 세월 변함 없는 호흡을 보이는 비결을 묻자 그는 “오랫동안 서로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었기에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머감각 또한 중요하죠. 서로에게 꼭 필요한 비평을 해줄 줄 알고, 자신 역시 그런 비평을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 역시 빼놓을 수 없고요.”
그간 함께 해온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그는 에머슨 콰르텟 30주년을 기념해 뉴욕 카네기홀에서 진행된 8개의 콘서트를 꼽았다. “정말 특별했죠. 베토벤, 버르토크, 드보르작, 쇼스타코비치 등 현악 4중주의 핵심 레퍼토리 중 상당수를 녹음할 수 있었던 것을 매우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이들은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3번 ‘로자문데’와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10번, 드보르작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를 연주한다. “3명의 가장 위대한 클래식 음악 작곡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현악 4중주곡들만을 골랐습니다. 드보르작의 ‘아메리카’는 현악 4중주에서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죠. 대부분 관객들이 아주 좋아하는 곡입니다.” ‘아메리카’는 드보르작이 미국에서 머물 당시 쓰인 곡으로, 북미 원주민의 멜로디를 사용하면서도 동유럽 민속적 분위기가 녹아있어 흥겨운 엔딩이 특징이다.
공연은 29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031)230-3440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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