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거장’ 박서보가(84)가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 28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이브닝 세일에서 박서보의 1975년작 ‘묘법’(120호·130x195cm)은 780만홍콩달러(11억5400만원)에 낙찰됐다. 수수료를 더한 액수는 940만홍콩달러(13억9078만원)이었다.
이로써 박서보는 이우환 정상화에 이어 생존 작가 중 세 번째로 10억원 이상의 낙찰 기록을 갖게 됐다. 이미 화랑가에서는 10억원 넘게 거래된 적이 있지만 공개 시장에서 10억원 넘게 작품이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000만원 중반에 거래되던 그의 작품이 9년만에 40배 가까이 급등했다. 단색화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가늠케 한다.
고가 미술품 70여점이 거래되는 크리스티 이브닝 세일에서 한국 작품은 6점이 나와 모두 팔렸다. 박서보 외에 김환기 정상화 윤형근 작품으로 6점 판매 총액은 40억6611만원이었다.
국내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K옥션도 이날 선전했다.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에서 오후 3시 ‘11월 홍콩 경매’를 개최한 결과 낙찰률 82%, 판매 총액(수수료 포함) 81억4889만원을 기록했다. 출품작 가운데 추정가가 가장 높았던 김환기의 ‘귀로’가 판매수수료를 합쳐 23억5472만원으로 최고가에 낙찰됐다. ‘귀로’는 1950년대 김환기 작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여인과 항아리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세련된 구성미와 격조 높은 조형성을 보이는 수작이다. 정상화 화백의 1980년대 무제 작품 2점도 각각 400만홍콩달러(5억9664만원), 150만홍콩달러(2억2374만원)에 낙찰됐다.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