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요리는 ‘시즌에만 먹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가장 좋은 계절에 먹는 음식처럼, 김성운 셰프는 사람들에게 그 순간 느끼는 즐거움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달 <야생셰프>로 쿡방 대전에 출사표를 던지는 김 셰프에게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떨림보다는, 자연적인 상황에서 녹아 내린 편안한 모습이 엿보인다.
“같은 재료라도 부위, 계절, 요리에 따라 맛은 전부 달라진다. 특히 제철 재료는 그 시즌에 가장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기 때문에, 짧은 요리 과정을 통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을 중요시한다.” <테이블 포포> 김성운 셰프의 말이다. 충청남도 태안에서 나고 자라며, 청담동 파인 다이닝에서 13년이란 시간을 거쳐 현재 테이블 포포의 총괄 셰프가 되기까지, 접시 위에 올려진 요리들은 그의 올곧음을 대변한다. 태안의 바다와 대지를 뛰놀며 자라온 그에게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들은 접시 위 작은 자연과, 하나의 예술을 선보이는 과정이다. 그렇게 로컬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 본연의 세계를 보여주는 김성운 셰프가 로컬, 그것도 ‘섬’이라는 리얼 야생에서 요리를 선보인다. 쿡방(Cook+방송)이 대세인 안방극장에서 아직까지도 어리숙한 웃음과, (야생에서 촬영을 하면서 탄) 까만 피부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지 않을까. 첫 방송을 앞둔 <야생셰프>의 평소엔 구수하지만, 요리할 땐 섹시한 ‘요섹남’ 김성운 셰프를 만날 수 있었다.
▶테이블 포포의 특징은 무엇인가. 로컬 식재료를 이용한 파인 다이닝을 지향하고 있다. 복잡한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조리법을 통해 재료 자체의 맛을 최대한 선보이는 것을 중시한다. 냉동 재료의 경우 맛을 살리려면 작업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신선한 식재료일수록 짧은 요리 과정을 통해 재료의 맛이 살아날 수 있다. 특히 테이블 포포에선 해산물을 위주로 한 메인 요리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충청남도 태안 출신이다 보니 가족과 지인들에게서 품질 좋은 해산물을 비롯한 좋은 식재료를 많이 얻고 있는데, 그 맛을 보여주고자 제철 음식이란 테마를 만들게 됐다.
▶식재료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가? 자연산 위주로 많이 쓴다. 사과나 배 같은 식재료는 현지에서 바로 올라온 신선한 상품들이 많다. 경동시장 등 전국 각지의 시장을 많이 다니는데, 그런 곳에는 할머니들께서 직접 기른 물건을 판매를 하시지 않나. 유기농 재료와 때로는 자연산 송이 같은 것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사람 냄새 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고 얘기를 나누며 용기도 얻는 편이다.
▶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데. 그렇다. 다른 레스토랑에 있는 셰프들에게도 (식재료를) 제공할 정도다. 좋은 재료를 얻으러 평소 이곳 저곳 많이 다니는 편이다. 메인인 해산물은 물론, 가니쉬(Garnish 요리 위에 곁들이는 장식, 식재료) 등도 전국 곳곳에서 재료를 공수해온다. 과일은 경북 쪽을, 레디쉬(적환무)는 강원도 홍천에서, 아티초크는 제주도에서 공수하는 등 각 지역별 좋은 식재료를 찾는다. 파스타 소스를 만들 땐 수돗물을 쓰지 않고 지하수를 쓰는 등 평소 관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자신만의 요리의 원칙 혹은 스타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요리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요리나 플레이팅 하나하나에도 ‘자연’이 담겨 있다. 모든 재료는 바다나 들, 산 등의 자연에서 온다. 어려서는 논이나 뻘 등 주변 환경이 놀거리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꽃은 흰색, 대는 녹색, 잎은 빨갛고 그 사이의 대는 검은 것처럼 자연을 이루는 색에도 과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음식도 흰색, 빨간색, 녹색을 위주로 접시에 놓고 있다. 노르딕 퀴진(Nordic Cuisine)에서 주로 선보이는 형태로, 돌을 사용해 수족관처럼 꾸미거나 마른 나무를 이용해보기도 하고, 그물에 새우를 꽂는 등 다양하게 시도해본다.
▶MBN 초야생 리얼리티 <야생셰프> 첫 촬영을 마쳤다. 재미있었지만, (멈칫)우선… 힘들었다. 도망가고 싶었다.(일동 웃음) 밤 하늘에 동그랗게 뜬 보름달을 보며 ‘내가 여기 왜 있을까, 가게에서 요리하고 있으면 편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더라. 재료도, 환경도 열악하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됐었다. 동료들, 스태프들 모두 같이 고생하는데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어서 열심히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촬영 끝나고 부모님께서 새까맣게 탄 피부를 보고 해병대 같은 데서 교육 받고 왔냐고 물으셨다.(웃음)
▶<야생셰프>에 도전한 이유가 무엇인가.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방송 콘셉트가 자연에서 자라는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 말 그대로 ‘야생’이란 이야기에 ‘재미있겠다, 내 스타일이네’ 생각을 해서 오케이 했는데 정말 큰 오산이었다.(웃음) 첫 촬영 때를 떠올려보면, 멘붕에 빠졌던 게 아니었나 싶다. 촬영지가 섬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섬과는 전혀 달랐다. 정말 고동밖에 없더라. 사전에 계획했던 레시피는 전부 무용지물… 결국 상황에 맞게 즉석에서 레시피를 다시 짤 수 밖에 없었다. 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미역, 다시마 같은 것조차 없었다.
▶김영호, 한은정, 정진운과 함께 했는데, 궁합은 어땠는가. 진운 씨와 호흡이 상당히 잘 맞았다. 촬영 막바지에 갯벌에 같이 앉아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때 든 생각이 ‘순수한 청년이구나, 열정적이구나’라는 점이었다. 영호 형의 경우 멘토로 삼고 싶었다. 누군가와 맞춰가며 호흡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은정 씨는 사실 깜짝 놀랐다. 나무에 거침없이 오르면서 ‘밑에서 받쳐주세요’하는데, 오히려 다른 남성 출연진들이 당황했다.(웃음)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씩씩해 야생에서 함께 촬영을 잘 마친 거 같다.
▶요즘 미디어의 대세가 셰프와 쿡방이다. <야생셰프>에 임하는 각오가 있다면. 기존 쿡방과는 달리 <야생셰프>는 아무것도 주어진 게 없는 상태에서 리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신선한 감이 있는 것 같다.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레시피를 짜면서 요리를 총괄하고, 안전문제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부담이 심했다. 하지만 촬영 후엔 ‘이렇게도 해볼걸’ 아쉬움도 들었다.
와일드 푸드라고 하지만 아트를 덧입힌, 먹음직한 예쁜 요리도 보여주고 싶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야생셰프>와는 성향이 맞았다. 프로 방송인처럼 잘 웃지도 못하고, 어리숙한 모습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더불어 농어촌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께서도 힘내셨으면 좋겠다.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