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좌편향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홍상화 작가의 소설 ‘디스토피아’가 초판 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재출간되었다.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다시 선보이는 ‘디스토피아’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좌경화 경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소설가인 주인공 화자가 문학자, 정치학자, 철학자 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디스토피아’는 2005년 초판 출간 당시에도 한국문단 및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저자는 당시 남한 지식인 사회의 좌경화가 북한 당국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에 이 책을 썼으며, 장거리 로켓 발사 및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펴내게 됐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소설 ‘디스토피아’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계의 일부 지식인들이 민중 선동용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는 작품에 문학의 월계관을 씌워 그것으로 노동자의 혁명을 선동하는 것을 의무로 삼았음을 지적한 ‘제1부 잘못된 시대정신’. 전지전능한 신으로 격상된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란 결국 철학의 가면을 쓴 김일성 신격화 도구에 지나지 않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제국주의 환상에 사로잡힌 일본의 지식인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남한의 반미세력을 부추겼는지를 파헤친 ‘제2부 주체 사교(邪敎)’. 사회주의에 뿌리를 두고 무서운 증오심을 바탕으로 지배계층과의 투쟁을 강조한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순진한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역사상 가장 잔혹한 만행이라 일컬어지는 중국의 문화대혁명, 캄보디아의 킬링필드가 발생했음을 지적한 ‘제3부 증오심’. 자본주의 체제가 갖는 폐해도 적지 않지만 자본주의를 타파하려는 사회주의라는 대체 체제는 오히려 인간이 가진 고귀한 품성마저도 가차 없이 파괴해버리는 무서운 체제임을 명확히 밝힌 ‘제4부 사대주의 지식인’.
이와 같이 작가는 소설 전체를 통해 좌경사상에 깃들여 있는 허구성과 환상, 비인간성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제시함으로써 젊은이들을 좌경으로 이끈 잘못된 한국 지식인들에게 진지하고도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며 각성을 촉구한다. 아울러 여전히 침묵하는 다수에게 “좌경화된 사회를 구하라”라는 고뇌에 찬 결단의 목소리를 다음과 같이 보내고 있다.
“사실 공산주의 혁명이란 ‘자기밖에 모르는’ 지식인들이 ‘자기를 모르는’ 노동자들을 부추겨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한국의 지식인들 중 진정하게 참회하는 이들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습니다. 지식인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는 자신의 잘못이 판명되었을 경우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거지요.”
소설가 홍상화는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를 거쳐 1989년 장편 ‘피와 불’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장편소설 ‘거품시대’를 조선일보에 연재했으며, 2005년 소설 ‘동백꽃’으로 제12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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