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외화·한국영화 통틀어서 역대 17번째이고 한국영화로는 13번째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은 전날 876개 스크린에서 45만명을 모아 누적 관객수 1038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25일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43만명을 모았고, 사흘째 100만명, 9일째 400만명, 10일째 500만명을 넘어섰다. 12일째 600만명, 18일째 800만명을 찍으며 쾌속으로 관객을 모았다. 순제작비 60억원 투입된 ‘베테랑’은 영화관 매출로 약 813억원을 벌었다.
지난 15일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1000만명을 돌파한 바 있어, 올 여름에는 ‘천만 영화’가 두편이나 나오는 이변이 연출됐다. 두 영화 모두 선과 악의 대결을 명확하게 이끌어 관객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는 평이다. 코믹 액션물인 ‘베테랑’은 정의로운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대결을 선명하게 그렸으며 온갖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서도철이 조태오를 쓰러뜨리는 통쾌한 결말을 보여줬다. 관객들은 “사이다 같은 영화”라고 평했다.
1933년 독립군들의 친일파 처단 작전을 그린 ‘암살’도 안옥윤(전지현) 등 독립군들이 민족을 팔아먹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밀정 염석진(이정재)에게 비참한 최후를 안긴다. 변재란 순천향대 교수(영화애니메이션학과)는 “영화가 선명한 결론을 통해 현실의 불만족을 충족시켜줬다”고 평했다.
올 여름 연달아 두편의 한국영화가 천만명을 돌파한 ‘쌍천만 이변’은 경쟁작의 약세 때문이기도 하다. 방학, 휴가가 맞물린 7~8월은 극장가 최대의 성수기로 주요 영화 배급사 4곳이 대격돌하는 시기다. 지난해 여름은 뉴의 ‘해무’가 부진했지만 CJ의 ‘명량’이 1700만명을 동원했고 쇼박스의 ‘군도’, 롯데의 ‘해적’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선전했다. 하지만 올해는 총제작비 120억원 투입된 롯데의 ‘협녀’가 손익분기점(350만명)에 한참 못미친 42만명을 기록했으며, 뉴가 배급한 로맨스 환타지 ‘뷰티 인사이드’도 여름 블록버스터와 경쟁하기에는 체급이 낮았다. 동시기 경쟁작 2편의 절대적 약세는 ‘암살’과 ‘베테랑’에 호재였던 셈이다.
지난해보다 올 여름 관객들의 관람 패턴이 다양화된 영향도 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7월 29일부터 8월 17일까지 서로 다른 영화를 관람한 횟수가 작년 1.8회에서 올해 2.0회로 전년 동기 대비 10%나 증가했다. 극성수기 기간에 2편 이상 영화 관람한 고객 비중도 작년 25.8%에서 올해 29.9%로 전년 동기대비 4.1% 포인트가 상승했다. 통상 그 시기 가장 인기 있는 한국영화 한 편만 보던 관객들이 다른 작품까지 눈을 돌렸다는 얘기다.
하반기 한국영화의 전망은 밝다. 권상우·성동일 주연의 코믹 형사물 ‘탐정’, 설경구·여진구 주연의 ‘서부전선’, 송강호·유아인이 호흡을 맞춘 사극 ‘사도’ 등 9월 개봉작들이 기대를 모으기 충분하다. 지난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CGV 리서치센터가 조사한 ‘하반기 주요 작품 별 관람의향’ 설문에서 ‘사도’는 관람의향 67.2%로 개봉작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도 한국 관람객이 2억명을 돌파할지 주목된다. 국내 극장가는 지난 2년 연속 2억명을 돌파했다. 30일 기준, 올해 한국 극장을 찾는 관객은 누적 1억4806만명이다.
CGV 리서치센터의 이승원 팀장은 “올해 상반기 외화들의 강세로 침체된 한국영화 시장이 ‘암살’, ‘베테랑’을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올 하반기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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