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젤리같기도 하고, 푹 익은 소시지같기도 하다. 말랑말랑한 이 노란 생물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 존재만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미니언’들이 지난 29일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미 45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신생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이 만든 ‘미니언즈’는 매력있는 캐릭터의 파워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세명의 미니언들이 영화 배급사(UPI) 로고송을 부르며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피식 웃게된다. 머리털 세 가닥이 솟아있는 케빈, 외눈박이 스튜어트, 곰인형을 껴안고 있는 밥. 개성 넘치는 미니언들이 눈을 땡그랗게 뜨고 오종종 달려오는데 기분 좋은 웃음이 번진다.
귀여운 외모 안에는 최고의 악당을 섬기고 싶은 야망이 숨어있다. 인류가 탄생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미니언들은 세계 최고의 악당을 섬기는 게 생존 이유다. 미니언들은 티라노사우르스, 드라큘라, 이집트 파라오, 나폴레옹 등 지구의 위대한 ‘악당’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매번 실수로 자신들의 ‘보스’를 잃었다. 깜짝 생일 파티를 해주겠다며 드라큘라 앞에서 커튼을 열어 젖히는 식이다. 악당을 잃고 실의에 빠진 미니언들은 ‘주인’을 찾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세계 악당 챔피언십 우승자인 스칼렛을 주인으로 섬기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미니언들은 누구보다 낙천적이고 순수한 존재다. 감옥에 갇힌 미니언들은 교수형을 위한 밧줄을 보고 겁을 먹기는 커녕 몸이 스르르 빠져나온다며 놀이기구를 타듯 교수대에 몸을 던진다. 뉴욕으로 향하는 보트 위에서 굶주림에 직면한 이들은 동료를 바나나인줄 알고 서로 먹으려든다. 치명적인 백치미 앞에서 관객은 무장해제된다.
일루미네이션의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은 “미니언은 겉으로 사악함을 열망하지만 내면의 선한 천성 때문에 모순이 발생한다. 미니언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쫀득한 대사발은 없다. 미니언은 “땡큐” “헬로”외엔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대사는 없고 몸짓만 있던 찰리채플린의 무성영화가 웬만한 코미디보다 재미있듯이, ‘미니언즈’ 또한 기상천외한 몸개그로 91분을 잡아끈다. 노랗고 작은 생물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다양한 버전으로 귀여움을 발산한다. 캥거루 주머니에 실려 야생을 누비거나, 원시인처럼 헝겊만 두르고 사냥에 나서는 장면은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다.
‘미니언즈’는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시리즈에서 악당 그루의 조력자로 나온 미니언의 인기에 힘입어 ‘스핀오프’로 제작된 번외편이다. 시사회 때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남녀노소를 포용하는 귀여움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스토리는 중구난방이고 의성어가 대사의 절반이지만 91분이 금새 지나간다. 캐릭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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