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서울연극제가 한달 째 파행을 맞고 있다. 매년 무대에 올랐던 아르코예술극장(이하 아르코)에 갑작스러운 휴관 조치가 내려져 황급히 다른 극장을 알아봐야 했던 것. 이후 홍보, 진행 모두 어그러져 행사의 취지가 빛이 바랬다는 주장이다.
연극제 집행위가 삭발식을 감행하면서까지 주최를 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아르코예술극장(이하 아르코) 측과 투쟁을 벌이는 이유, 또 이에 대한 아르코 측 답변을 MBN스타가 들어봤다.
쟁점1. 사상 초유의 대관 공모 탈락, ‘서류 미비’란 사유가 정당한가
지난해 11월 서울연극제는 아르코로부터 대관 공모 탈락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2006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섰던 무대였지만, 이번만큼은 ‘서류 미비’로 애초부터 탈락됐다고.
서울연극제 박장렬 회장은 “지금까지 아르코에서 연극제를 해왔다. 36년을 이어온 대형 행사다. 늘 같은 형식의 서류를 내 통과했는데 이번만 ‘미비’라는 이유로 탈락시키는 게 이해가 되느냐? 사상 초유다. ‘오비이락’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우연이 겹친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극인들이 자발적으로 릴레이 시위도 벌이고 탈락 이유, 심사위원, 심사 기준 등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미스코리아 대회가 매년 열리 듯 아르코는 서울연극제에게 있어서 상징적인 공간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아르코와 문예위의 부당한 행정 조치로 서울연극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지 않았느냐. 무대 세트도 다시 제작해야하고 4~5월 한 달 간 늘 대학로에서 서울연극제가 열린다는 게 관객들 머리에도 박혀있는데 장소가 개막식 전날 바뀌니 이마저도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집행위 추산으론 전년 대비 1억 5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라며 “손해배상 청구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르코 측 입장은 달랐다. 유인화 센터장은 “담당자가 공모자에게 미리 전화해서 미비한 서류를 갖춰달라고 말한 적 없다는 걸 보고받았다. 또한 문예위에서도 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엄정하게 심사하라고 강조해서 탈락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쟁점2. 점검을 위한 극장 폐쇄, 의도적 vs 우연?
박 회장은 아르코 측이 서울연극제 개막식 하루 전 극장 폐관을 통보한 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폐쇄의 원인인 무대 구동부 모터 고장 사고는 지난 3월10일에 발생했다. 폐쇄 통지는 그로부터 한 달 뒤에 난 것이다. 대체 그 시간동안 극장 측은 뭘 했길래 정비하지 않다가 연극제 개막식 하루 전날 ‘정비점검을 위해 한달간 폐쇄한다’고 통보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극장이 폐쇄됐다는 것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이후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제대로 된 해결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거야말로 ‘갑질’ 아니냐? 안전 점검 정밀 업체에 알아보니 이번 정비에 필요한 비파괴전수검사는 사안에 따라서 이틀 안에도 끝난다고 하더라. 굳이 40일 씩이나 극장 문을 닫으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다”며 “폐쇄 조치 이유가 안전의 심각성에 있다면 이를 관리 감독하는 아르코 측 책임이라 이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휴관 조치에 보복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의도성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 연극제 집행위에서 문화계나 정국이 돌아가는 상황에 쓴소리를 많이 해 아무래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터다. 그러나 예술인으로서 늘 진취적인 목소리를 내야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아르코 측은 “모터 구동부가 고장났지만 이탈리아 제품이라 공식 부품으로 교체할 수 없었다. 부품이 오기까지 기다렸고 3월30일 드디어 도착해 갈아 끼웠다. 그러나 교체를 맡은 전문 회사가 보수 공사를 해야겠다고 진단을 내리더라. 그게 4월 1일이었다. 위원장에게 보고를 드렸고, 휴관 결정이 3일에 넘어와 연극협회에 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일은 극장 측에 잘못이 있는 것 맞다. 그러나 센터장이 한동안 입원해 있어 제때에 찾아뵙지 못했던 것”이라며 “지난달 20일 퇴원 후 가장 먼저 연극제 집행위를 만나 50분간 얘기를 나눴다. 또한 14일에는 문예위 권영빈 위원장이 박 회장에게 전화해 여러모로 돕겠다는 의사도 타진했다. 스태프나 자재를 무료 대여하고 손해난 부분에 대해서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연극제 측에서 보이콧이라는 말을 쓰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극제 박장렬 회장은 “보이콧한 건 맞다. 그러나 위원장이 전화한 건 ‘삭발식 왜 했느냐. 내가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의 안부전화였을 뿐, 협상은 아니었다. 정말 미안했다면 직접 만나서 협상하자고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전화 한 통화 한 걸 문예위 최대 행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정말 시대착오적이다. 전화 통화한 뒤 문예위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서울연극제 측과 협상했다’고 알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 분통터진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편 서울연극제 측이 문예위를 상대로 낸 공익감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연극제 집행위가 삭발식을 감행하면서까지 주최를 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아르코예술극장(이하 아르코) 측과 투쟁을 벌이는 이유, 또 이에 대한 아르코 측 답변을 MBN스타가 들어봤다.
쟁점1. 사상 초유의 대관 공모 탈락, ‘서류 미비’란 사유가 정당한가
지난해 11월 서울연극제는 아르코로부터 대관 공모 탈락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2006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섰던 무대였지만, 이번만큼은 ‘서류 미비’로 애초부터 탈락됐다고.
서울연극제 박장렬 회장은 “지금까지 아르코에서 연극제를 해왔다. 36년을 이어온 대형 행사다. 늘 같은 형식의 서류를 내 통과했는데 이번만 ‘미비’라는 이유로 탈락시키는 게 이해가 되느냐? 사상 초유다. ‘오비이락’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우연이 겹친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극인들이 자발적으로 릴레이 시위도 벌이고 탈락 이유, 심사위원, 심사 기준 등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미스코리아 대회가 매년 열리 듯 아르코는 서울연극제에게 있어서 상징적인 공간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아르코와 문예위의 부당한 행정 조치로 서울연극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지 않았느냐. 무대 세트도 다시 제작해야하고 4~5월 한 달 간 늘 대학로에서 서울연극제가 열린다는 게 관객들 머리에도 박혀있는데 장소가 개막식 전날 바뀌니 이마저도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집행위 추산으론 전년 대비 1억 5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라며 “손해배상 청구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르코 측 입장은 달랐다. 유인화 센터장은 “담당자가 공모자에게 미리 전화해서 미비한 서류를 갖춰달라고 말한 적 없다는 걸 보고받았다. 또한 문예위에서도 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엄정하게 심사하라고 강조해서 탈락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서울연극협회 제공
쟁점2. 점검을 위한 극장 폐쇄, 의도적 vs 우연?
박 회장은 아르코 측이 서울연극제 개막식 하루 전 극장 폐관을 통보한 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폐쇄의 원인인 무대 구동부 모터 고장 사고는 지난 3월10일에 발생했다. 폐쇄 통지는 그로부터 한 달 뒤에 난 것이다. 대체 그 시간동안 극장 측은 뭘 했길래 정비하지 않다가 연극제 개막식 하루 전날 ‘정비점검을 위해 한달간 폐쇄한다’고 통보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극장이 폐쇄됐다는 것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이후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제대로 된 해결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거야말로 ‘갑질’ 아니냐? 안전 점검 정밀 업체에 알아보니 이번 정비에 필요한 비파괴전수검사는 사안에 따라서 이틀 안에도 끝난다고 하더라. 굳이 40일 씩이나 극장 문을 닫으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다”며 “폐쇄 조치 이유가 안전의 심각성에 있다면 이를 관리 감독하는 아르코 측 책임이라 이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휴관 조치에 보복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의도성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 연극제 집행위에서 문화계나 정국이 돌아가는 상황에 쓴소리를 많이 해 아무래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터다. 그러나 예술인으로서 늘 진취적인 목소리를 내야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서울연극협회 제공
이에 대해 아르코 측은 “모터 구동부가 고장났지만 이탈리아 제품이라 공식 부품으로 교체할 수 없었다. 부품이 오기까지 기다렸고 3월30일 드디어 도착해 갈아 끼웠다. 그러나 교체를 맡은 전문 회사가 보수 공사를 해야겠다고 진단을 내리더라. 그게 4월 1일이었다. 위원장에게 보고를 드렸고, 휴관 결정이 3일에 넘어와 연극협회에 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일은 극장 측에 잘못이 있는 것 맞다. 그러나 센터장이 한동안 입원해 있어 제때에 찾아뵙지 못했던 것”이라며 “지난달 20일 퇴원 후 가장 먼저 연극제 집행위를 만나 50분간 얘기를 나눴다. 또한 14일에는 문예위 권영빈 위원장이 박 회장에게 전화해 여러모로 돕겠다는 의사도 타진했다. 스태프나 자재를 무료 대여하고 손해난 부분에 대해서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연극제 측에서 보이콧이라는 말을 쓰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극제 박장렬 회장은 “보이콧한 건 맞다. 그러나 위원장이 전화한 건 ‘삭발식 왜 했느냐. 내가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의 안부전화였을 뿐, 협상은 아니었다. 정말 미안했다면 직접 만나서 협상하자고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전화 한 통화 한 걸 문예위 최대 행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정말 시대착오적이다. 전화 통화한 뒤 문예위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서울연극제 측과 협상했다’고 알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 분통터진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편 서울연극제 측이 문예위를 상대로 낸 공익감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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