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날카로운 말로 상대편의 급소 찌름을 비유하는 말. 복잡한 연예계 이슈들을 단 한마디로 정리해드립니다. 쓴소리든 풍자든 칭찬이든 이 짧은 문장으로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보세요.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게 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MBN스타 이다원 기자] “학원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어먹어”
일명 잔혹동시로 알려진 이순영 작가의 동시집 ‘솔로강아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내용이 무척이나 잔혹하고 패륜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책을 발간한 출판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시중 서점에 있는 책들을 전량 회수하고 폐기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촌극이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뭇가지 하나에 집단 분노하는 편협한 사태였다. 전체적 맥락으로 봤을 때 1등을 강요당하고 학원에 목을 맨 아이들의 슬픈 현실을 읽어낼 수 있는 구절인데 ‘동시’라는 틀에 갇혀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패륜’이라며 유교적 관점으로 작품을 대했다. 원색적인 제목을 단 어뷰징 기사들도 폭탄처럼 투하됐다. 작가 의도를 되먹지 못한 철없는 아이의 푸념 정도로 비하하는 여론도 있었다. 이순영 작가의 창작 의도나 다른 작품의 가치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 시집은 ‘동시’라는 타이틀을 벗기고 다시 한 번 평가할 이유가 있다. 고작 10살이지만 ‘작가’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만한 놀라운 표현들이 곳곳에서 숨 쉬고 있고, 그 눈에 비친 아이들의 세상이 생생하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출판사 양해를 구하고 이 작가의 다른 시를 인용하겠다.
[솔로 강아지]
우리 강아지는 솔로다
약혼 신청을 해온 수캐들은 많은데
엄마가 허락을 안 한다
솔로의 슬픔을 모르는 여자
인형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는 침이 묻은 인형얼 버리려 한다
정든다는 것을 모른다
강아지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외로웁이 납작하다
[내가 시를 잘 쓰는 이유]
상처딱지가 떨어진 자리
피가맺힌다
붉은색을 보니 먹고 싶다
살짝 혀를 댄다
상큼한 쇠맛
이래서 모기가 좋아하나?
나는 모기도 아닌데
순간 왜 피를 먹었을까
몸속에 숨어 사는 피의 정체를
알아보려면
상처딱지를 뜯고 피를 맛보아야 한다
모기처럼 열심히 피를 찾아야 한다
모든 시에서는 피 냄새가 난다
‘학원가기 싫은 날’이란 시 하나가 문제가 되고 어린 아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면 환부를 도려내 듯 책에서 삭제 조치하거나 혹은 연령 등급을 매겨 선택적 판매를 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 까닭으로 이 작가의 시에 면을 할애했다. 수장된 작품들을 읽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이 시집을 바라봐야 한다는 판단 하에서다. 우리는 지엽적인 것에만 집착하다 더 큰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을까. 혹여 ‘마녀사냥’ 식 여론몰이로 자라나는 문학 새싹을 박제하는 것을 아닐까.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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