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에 남자친구의 아이를 덜커덕 임신했다.
학생 신분에 애를 낳는 건 엄두가 안 나는 일. 그녀는 가슴이 터질 듯 내달렸다. 숨을 참고 달리면 애가 떨어질 것이라는 '아픈' 희망을 품고서다.
그러나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아이는 태어났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선천성 조로증이라는 병과 함께.
죽음을 향해 가는 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빠른, 고치기 어려운 병이다. 세월은 흘러 엄마의 나이는 서른세 살. 16세 아들을 이제 저 세상으로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치고는 너무나 어린 연령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혜교(32)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맡은 미라는 한때의 실수로 평생의 아픔을 견뎌야 하는 젊은 엄마다. 30대에 접어든 그가 처음으로 엄마 역을 맡았다.
"20대 때와는 감정 표현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슬프면 마냥 울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거면 경험도 없고 흉내 낸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미라라는 캐릭터가 명랑하고 밝아 다가가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현재의 제 나이랑 같고요. 저희 엄마와도 친구처럼 지내는 관계이다 보니 연기하면서 엄마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 출연한 송혜교의 말이다. 그는 중국영화 '일대종사'(2013), '태평륜'(2014) 등으로 외유하고 나서 3년만에 국내 영화계에 복귀했다.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흔한 신파가 아니어서 '두근두근 내 인생'을 복귀작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웃으면서 눈물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좋았어요. 신파적으로 '울릴 거야'라고 강요하지 않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고요. 이재용 감독님의 고급스러운 디테일도 기대했습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스러져가는 청춘의 꿈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죽음을 늘 안고 살아가는 아들, 그리고 그런 어린 아들을 지켜보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을 바탕으로 '정사'(1998)의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그는 "감독님과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가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또 "그동안 너무 어두운 역할을 많이 해 시나리오를 읽고 밝은 부분에 이끌렸다"고도 했다.
영화에서 송혜교는 남편 대수 역을 맡은 강동원과 함께 교복 패션을 선보인다.
서른을 넘긴 배우들이 교복을 그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그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도 교복을 입었다.
회상 장면이어서 매우 짧았다. 그때도 무안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번 영화에선 깻잎 머리까지 어려보일 수 있는 건 다 했다. 낯 간지러웠고, 연습하면서 웃었다"고 설명했다.
강동원과는 장준환 감독의 중편 '러브 포 세일'(2010) 이후 4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영화를 찍은 후 친분을 유지했기에 촬영에 들어가면서 배우들이 겪어야 하는 서먹함 없이 곧바로 작품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남 출신인 강동원으로부터 "사투리 교육"도 받았다. "편하게 잘" 찍었다. 가끔 "덜렁거려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도 아끼지 않은 좋은 파트너였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화자는 미라의 아들 아름이다. 소설을 집필하는 아름의 시선으로 영화는 흘러간다. 송혜교는 "미라보다는 아름과 대수의 감정 포인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상대 배우가 돋보여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상대 배우를 돋보이게 하자고 생각했고, 마음 편히 연기했어요. 힘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지난 2년간 중국에서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태평륜'과 이넝징(伊能靜)감독의 '나는 여왕이다'를 찍었다. 홍콩 뉴웨이브를대표했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일대종사'(2013)에도 출연했다.
"이재용 감독님도 예민하고 디테일하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감이 잡혀요. 하지만 왕가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혼돈이 올때가 많았어요. 알듯 모를 듯해요. 이 길이라고 해서 가면 딴 길이고…. 계속 제 안의 무언가를 깨려고 해주신 것 같아요.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공부가 된 듯합니다."
송혜교는 최근 불거진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과 관련해서는 거듭 사과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소속사 사과를 포함해 세 번째 사과다.
그는 "'난 모르니까 아는 분이 알아서 해줄 거야'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 나자신이 너무 실망스럽고, 바보같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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