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안테나가 10개 넘게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만큼 안테나를 휴대폰에 내장시키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MBN '정완진의 The CEO' 제작진이 만나본 CEO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안테나 연구를 시작해, 국내 최고의 안테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주)EMW 류병훈 대표입니다. 현재 그가 국내외 출원한 특허는 무려 737건, 등록건수는 263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지금의 기업을 일구게 됐는지 그의 인생과 성공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땐 정말 무지 소심하고, 나약한 그런 아이였습니다.”
류병훈 대표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내뱉은 말은 그의 첫 인상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너무 가난해서 정말 힘들게 살았어요. 그래서 제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땐 집 근처 관악산에 거의 매일 오르면서 ‘나는 부자가 될 거야.’라고 외치고 내려오곤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에너지는 굉장히 많았는데, 현실이 너무 가난하다보니까 제 욕구나 에너지를 충분히 못 쏟으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어쨌든 그때부터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소심하고 나약한 아이가 아니라,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로요.”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20대에는 비디오·영상 사업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돈을 벌었고, 자신이 꿈꿨던 ‘부자의 꿈’을 차근차근 키워나갔습니다. 그러다 결혼 후 문득 ‘제조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국가 기간산업이었던 제조업을 해서 성공을 하면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존경받는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무작정 찾아가 월급을 안 줘도 좋으니, 제조업을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사장에게 말했죠. 그랬더니, 그 사장이 웃으면서 같이 해보자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패기 있게 제조업에 도전한 류병훈 대표는 약 2년여 간 제조업에 대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1990년 중반, 자동차 원격시동기가 유행하는 틈 속에서 자신만의 사업 기회를 포착하게 됩니다.
제조업을 배우면서 쌓은 인맥, 노하우 등을 총동원해 원격시동기 제조에 돌입한 류병훈 대표. 하지만 원격시동기에 들어가는 안테나를 구하기가 어려워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당시 안테나를 제조하던 업체에서 류병훈 대표의 회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판매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안테나가 있어야 원격시동기를 만들 수 있는데, 납품받지 못해서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정 안되면 내가 한 번 만들어보자 싶어서 서점에 달려가서 안테나 관련 책을 한 권 샀습니다. 그걸 보면서 혼자 일주일 정도 공부했는데, 안테나가 만들어지지 뭡니까. 하하.”
그때부터 ‘안테나’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류병훈 대표는 안테나 사업에 보다 더 집중하게 됩니다. 안테나 제조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테나를 만들었으니 ‘이 사업은 되겠다.’하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입니다. 게다가 당시 국내 안테나 관련 시장은 기술적으로 한참 낙후되어 있었고, 경쟁자도 많지 않다는 것이 그의 결심에 힘을 보태게 됩니다.
그 이후, 류병훈 대표는 약 2년여의 시간에 걸쳐 안테나 기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휴대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 휴대폰 안테나 제조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 가운데서 류병훈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원천기술’의 확보였습니다. 제조업 경험을 두루 거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핵심 기술력’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마침내 1998년, 안테나 크기를 기존 대비 1/4 정도로 줄이고, 통화 끊김 현상을 대폭 개선시키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특허를 내게 됩니다.
원천기술을 확보한 이후부터는 승승장구의 길을 걷게 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외 유수의 휴대폰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2005년에는 350억 매출과 더불어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 후에도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사내 직무발명 보상제’라고 해서 직원들에게 특허와 실용신안 출원을 장려하고 해외 학회지에도 매년 논문을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과 특허가 굉장히 많은데, 사내 직무발명 보상제가 그 탄탄한 기반이 되었죠. 세계 최초 ‘내장형 지상파 DMB 안테나’를 만드는 등 성과가 굉장히 많습니다. 직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EMW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류병훈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6년부터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안테나의 경쟁력은 결국 ‘소재’에 있다고 판단, 소재 및 소자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자신이 갈고 닦아온 안테나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CCTV를 대체할 수 있는 무선보안시스템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게 되어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제가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 부어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안테나, 소재, 완제품 분야라는 세 가지 큰 축을 가지고 (주)EMW의 미래를 개척해나가겠다는 류병훈 대표. 신규 사업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매출이 1500억 원까지 뛸 수도 있다고 하는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쳐흘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뼈아픈 실패와 상처도 있었다고 말하는 류병훈 대표. 지난 몇 십 년간의 자신의 인생, 그리고 사업 이야기를 11월 23일 ‘정완진의 The CEO’에서 전격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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