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쉽사리 고기의 부위나 부위에 따른 맛을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점을 이용해 고기를 속여 파는 경우가 많았고 비위생적으로 고기를 유통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고쳐보고자 직접 고기 유통업계에 뛰어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주)신화의 윤형철 대표입니다. MBN ‘정완진의 The CEO’ 제작팀에서 윤형철 대표를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Q. 고기 유통업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A. 20대 초반에 식당이나 마트에 납품하는 곳에서 일했습니다. 매일 고기를 납품하러 직접 갔었어요. 그런데 소비자들 모르게 고기를 아무 부위나 마구 섞어서 팔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더라고요. 식탁에 오르는 고기를 대충 봉지 같은 곳에 넣어 파는 것이 굉장히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유통 구조나 환경을 제가 바꿔보고 싶어서 고기를 납품하던 한 식당의 사장님과 손을 잡고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Q. 고기 유통을 투명하게 하자는 생각은 어떻게, 왜 하게 된 것인지?
A. 고기 도매업을 하기 전에 반도체 회사를 다닌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반도체 회사이다 보니까 깨끗한 환경, 청결 같은 것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런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청결, 위생이 얼마나 머릿속에 인식이 되어있었겠어요. 그리고 나서 도매업을 하니까 너무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라면 저렇게 안 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침 뜻이 맞는 사장님이 계셨던 거고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깨끗한 고기 유통’은 어떤 것이었나요?
A. 일단 고기를 포장할 때 대충 봉지에 싸서 주거나 종이에 싸서 주는 것이 가장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공 포장을 통해 핏물을 최대한 빼는 포장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남은 고기를 섞어 파는 일, 즉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목살을 대충 섞어 준다던지 하는 것도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위를 정확하게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실천하기로 했죠.
Q. 처음부터 유통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기반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A. 원래 목표는 농장에서부터 돼지를 통째로 들여와 가공, 유통까지 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라 부위별로 들어온 고기를 재포장해서 파는 것부터 시작을 했어요. 진공포장을 통해 최대한 고기를 위생적으로 만들었죠. 거래처도 제가 직접 나서서 찾았습니다.
먼저 옷차림부터 양복을 입었습니다. 주로 식당이나 마트 같은 곳에 찾아갔는데 가서 고기 관리법이라든지 부위별 맛있는 요리 같은 걸 연구해서 알려드렸죠. 남은 고기를 섞어 팔거나 하는 비양심적인 행위는 하지 않는 다고 강조도 하고요. 말끔하게 차려입은 청년이 냉장고 정리부터 영업까지 하니 신뢰가 많이 갔었나 봅니다. 그렇게 기반을 잡는데 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매출도 100억 가까이 올랐죠.
Q. 기반이 잡힌 후 어떤 일을 시작했나요?
A. 원래 목표했던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돼지를 들여오는 것부터 제가 하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일단 돼지를 들여오기 위해선 돼지 농장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돼지 농장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돼지 농장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사료 회사에 전화를 걸어 추천을 받기도 하고 제가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요. 좋은 고기를 납품해주면 돈을 더 많이 더 주겠다는 인센티브 제도까지 도입하니 좋은 고기가 납품되더군요. 그렇게 돼지 농장과 거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도축, 가공 등을 거처 유통을 하기까지 과정을 제 책임 하에 할 수 있게 되었을 땐 정말 뿌듯했습니다.
Q. 하나씩 이루어온 목표,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A. 힘든 점도 있었죠.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 직원이 배신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서 저의 영업 노하우 같은 걸 유출 시킨다던지 다른 회사와 겸업을 하며 회사의 정보를 유출시켰죠. 저희 회사의 거래처를 겸업하는 회사까지 두 곳에 계약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때문에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고 저도 믿었던 직원들에게 배신을 당한 것에 상처 받았죠. 회사 분위기도 가라앉고...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가시지 않네요.
Q.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A. 영업 노하우를 유출시키지 않기 위해 직접 영업을 뛰기 시작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관리’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지금도 영업처 관리는 제가 다 합니다. 힘들긴 하지만 수확은 있습니다. 사장이 직접 영업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가지는 신뢰감이 남다르거든요. ‘윤형철이 영업하는 곳은 뚫기가 힘들다.’라는 이야기도 들릴 정도입니다. (웃음) 믿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뛰어야죠.
Q. 그렇게 위기를 극복하시고 현재 650억 매출을 일구고 계십니다. 쉽게 일굴 수 있는 액수는 아닌데요. 이렇게 회사를 키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A. 회사를 좀 더 시스템화 시키기 위해 2009년에는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했고, 회사의 대표 브랜드도 만들었습니다. 저희 회사와 거래하는 농장의 돼지들이 셀라늄과 녹차를 섞어 만든 사료를 먹인다고 해서 ‘셀록 포크’라고 이름 짓고 브랜드화 시킨 것인데요. 브랜드가 만들어지니 농장주들과의 신뢰도, 소비자들과의 신뢰도 더욱 두터워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HACCP 시스템까지 도입하는 등 위생관리도 제도화, 시스템화 시켰습니다. 이러한 회사의 기반들이 만들어지니 성장은 더 쉬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허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소비자에게 ‘정직’하는 것이 매출 성장의 비결입니다.
Q. 고기 유통업을 하다보면 제일 큰 문제가 구제역이잖아요? 어떠셨어요?
A. 네. 2010년에 구제역이 우리나라를 강타했죠. 전국에 있는 돼지의 절반이 땅 속에 묻혔으니까요. 돼지 값이 금값이었죠.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비싸다보니 아무도 사먹지 않았어요. 당시 전라북도에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었습니다. 방역 작업도 돕고, 돼지 출하하는 것도 돕고, 원가 조절에도 직접 나섰습니다. 최대한 농장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다행히 제가 거래하는 농장에는 피해가 없었고 저도 큰 타격 없이 구제역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저희와 계약하고 있는 사육 농가들, 식당들 등 많은 거래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고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요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이런 이야기들 많이 하잖아요. 저희가 대기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제가 속한 지역사회 안에서 거래처 분들과 상생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자세가 한 명의 중소기업인으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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