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연말이면 방송 대상, 영화제 등에서 여배우들이 휘황찬란한 드레스를 입고 자태를 뽐내기 바쁩니다. 또한 이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드레스 대부분이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한 국내 디자이너의 드레스가 레드카펫을 점령하면서 패션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어 큰 화제입니다. 맥앤로건의 맥, 그리고 로건이 주인공입니다.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부부로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 이들이 어떻게 난공불락 시장을 뚫고,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는지 청담동에 위치한 그들의 사무실을 직접 찾았습니다.
Q. 김연아, 임수정, 고소영 등 많은 여배우들이 맥앤로건 드레스를 입으면서 유명해지셨고, 스타들의 입소문만으로 레드카펫을 장악하셨다고 들었어요. 드레스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어떻게 드레스 디자인에 빠지게 되셨나요?
A. 해외 명품이 판치는 시장에서 ‘한국판 명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특히 그 중에서도 ‘드레스’에 빠지게 된 이유는 옷에 무한한 창의성을 허용한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림으로 치면, 하얀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는 작업이죠. 정해진 형식도, 제한도 없고요. 우리 부부는 그냥 이것을 즐기고, 또 좋아할 뿐이에요.
Q. 맥앤로건. 이것이 두 부부의 이름을 따서 지은 브랜드라고요? 어떻게 두 분이 만나서 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일단 맥(Mag)이라는 이름은 진주의 핵을 뜻하는 말이고요. 로건(Logan)은 넓게 안아준다는 뜻이에요. 브랜드 로고도 진주의 핵을 넓게 감싸 안고 있는 모습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우리 둘은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옷에 대해 서로 가지고 있는 열정, 철학이 잘 맞았죠. 특히 ‘정성 어린, 그리고 어머니 정성이 담긴 옷’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죠. 특히 ‘정통성’이 있는 옷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이렇듯 서로의 가치관, 철학, 감성이 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끌리게 됐어요. 결혼은 2007년에 했고, ‘맥앤로건’ 브랜드 런칭은 2008년에 했습니다.
Q. 이름이 이국적인 것과 달리 한국문화에서 영감을 받으신다고 들었어요. 원단도 수입이 아닌 정통원단을 고집하신다고요. 한국적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한국인이니까요. 한국의 원단은 굉장히 우아한 원단입니다. 바람을 타면 굉장히 우아한 자태를 뽐내게 되는데요. 제가 봐도 정말 환상적입니다. 여성들의 바디라인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데에는 우리 고유의 원단들이 제격입니다. 맥앤로건 브랜드가 ‘한국판 명품’을 지향하는 만큼, 좋은 원단을 고르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그런데 그 화려한 드레스들을 ‘한 땀 한 땀’ 직접 손으로 제작하신다고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싶었어요. 사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본드를 칠하고, 화학약품 처리를 해서 바느질을 하지 않습니까. 이건 몸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고, 저희가 지향하는 ‘정성 어린 바느질’에 위배되는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희는 그런 인위적인 과정들을 없애고, 손이 좀 더 가더라도 손으로 바느질을 하고 있어요. 두 배의 공정이 걸리고, 더 힘들긴 하지만 옷을 입는 당사자들한테는 이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옷이 됩니다. ‘자연스러운 옷’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옷을 입는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지만, 자연에 가까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Q. 런칭한 후에 중요한 것은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옷을 입는 사람들이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다 보니, 초창기에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고객을 확보하셨나요?
A. 매장을 갤러리처럼 만들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옷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실제로 한 두명 스타일리스트들이 들어와서 문의해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할 무렵,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들이 보조를 구한다는 구인공고를 내면서 자신들의 연락처를 기재해두는 것을 발견했죠. 그걸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죠. 직접 전화를 돌리면서, 스타일리스트들에게 홍보를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고객들이 한 명 두 명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만든 옷에 만족하고 돌아간 스타일리스트들이 또다시 입소문을 내준 효과도 컸고요.
Q. 그런 입소문 효과 덕분일까요. 2008년에 런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7명의 여배우들이 입었네요. 정말 순식간에 급성장한 브랜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맥앤로건의 옷이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자연스러움과 가벼움, 그리고 인간 곡선에 대한 표현을 연구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한국 소재의 원단은 바람을 타면 굉장히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데, 여성의 바디라인을 타고 흐르는 느낌도 잘 살려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 장점들을 살려 여성들의 아름다운 바디라인을 잘 표현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죠. 옷을 입어주는 배우들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그 정점을 찾아내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것 때문에 저희 브랜드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최근 기성복 시장에도 진출하셨다고요? 고객층을 조금 더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인가요?
A. 대중화를 하면서 다양한 연령층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올해에는 남성복도 런칭했습니다.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파티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고요. 앞으로 저희 브랜드와 호흡하는 연령층들을 더욱 확대해가는 것이 목표 중 하나입니다.
Q. 앞으로 다짐을 말씀주신다면?
A. 국내에서 기성복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표이고요. 해외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우리 옷을 소개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스타들도 우리 옷을 입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웃음) 궁극에는 ‘정통성’을 가진 브랜드로 맥앤로건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이들을 만나면서 든 문득 한 가지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입니다. 이들 부부가 옷을 좋아하고, 또 즐기고, 사랑하는 만큼 앞으로 ‘맥앤로건’의 브랜드도 승승장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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