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앞두고 유독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하수도 청소를 천직으로 여기고 사는 사람들이다.
곳곳에 널린 오물들과 숨조차 쉴 수 없는 지독한 악취. 이들은 장마로 하수도에 물이 가득 차기 전 청소를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수도의 물이 도로로 넘쳤을 때 도시 전체가 오물 덩어리로 뒤덮일 수 있는 상황.
큰 도로의 중심에 있는 ‘암거’와 조그만 골목길의 ‘관거’를 청소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다.
1m 50cm 높이의 네모난 통로로 되어있는 ‘암거’의 경우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온몸이 오물 투성이가 될 정도로 온종일 허리를 숙이고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짧은 점심때에만 밖으로 나오는 것이 허용될 뿐, 지하에서의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동그란 원형의 ‘관거’는 지름이 80cm 밖에 되지 않아서 간단한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고는 해도 냄새 나는 하수 쓰레기를 일일이 손으로 퍼내던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쉬지 않고 일해도 600m 이상을 청소하기 어려운 고된 작업이기에, 이들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샤워기, 수도꼭지, 변기 등의 각종 관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아파트 지하 1층을 청소하는 작업! 무엇이 하수관을 단단히 막고 있는지 좀처럼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막힌 하수관을 뚫으려고 하수관을 절단한 후 쓸려 내려가지 않은 모래나 기름, 음식물 쓰레기 등은 따로 손으로 퍼내야 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덧 온몸에는 검은 물이 튀고 그들의 살갗은 천정의 석면 가루와 쇳가루에 쓸리기까지 한다.
좁은 관을 청소하다 보니 손등이나 팔의 살갗이 벗겨지는 사고가 흔한 것이 그들의 작업 현장이다.
올해로 경력 3년째인 서른 일곱 살 김호용씨. 그는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160센티미터의 키, 50kg의 몸무게. 좁은 맨홀로 들어가기에 체격도 타고 났다. 그는 아침 7시부터 밤 7시까지 고된 하수도 청소를 마치면 또 다른 직장으로 향한다. 바로 기타 레슨. 사실 그는 과거에 신학공부를 했다. 그리고 음대에서 기타를 전공했다. 현재도 작곡과 기타를 가르치고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일은 점점 줄어들고, 집안 문제까지 겹쳐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수도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목욕을 해도 빠지지 않는 하수도 오물 냄새, 10살 딸아이가 아빠에게 냄새가 난다고 자신을 피할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는 김호용씨.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일을 이해해 줄 거라 믿으며 살아간다.
저마다의 사연이 꽃피는 하수도. 그곳에서 자신이 더러워질수록 도시는 깨끗해진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청소에 열심히인 그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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