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교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아이, 서울대 의대 수석 졸업과 전문의 자격시험 수석 합격하고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교수 생활까지 마친 여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뭇사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제대혈’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2000년 9월 제대혈 은행 사업을 시작해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 바이오 벤처 기업이 된 메디포스트(주)를 이끈 주인공이 됐습니다. 17일 오전 5시 30분 방송되는MBN ‘정완진의 The CEO’에서는 바이오 산업의 선구자인 메디포스트(주) 양윤선 대표를 직접 인터뷰해 그녀의 성공 비결을 알아봅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아 래>
Q : 이력이 화려하신 걸 보니 어렸을 때 집 안에서 공부만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A : 아버지께서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하시면서 동시에 군인이셨기 때문에 저 또한 어린 시절을 군대 관사에서 자랐어요. 그러다보니 온통 자연에 둘러싸여 지냈고요. 밤낮을 불문하고 친구들과 무리 지어서 다니면서 놀곤 했었죠.
Q : 의사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A : 사실은 제가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 중에 의대를 선택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소극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특별히 제가 의과대학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의사가 되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에요. 사실 저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서 뭐든 하고 싶었어요. 운 좋게 성적도 잘 나왔고 부모님도 원하셨기에 큰 고민 없이 의대를 선택했어요.
Q : 의사로서의 생활은 어떠셨는지?
A : 한 사람의 마지막 순간 즉, 죽음을 보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무력함을 많이 느꼈죠. 죽음에 대해서 무감각해지는 것도 너무 어려웠어요. 의학공부를 해서 좋은 의사가 되는 길도 있지만,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Q : 의사를 그만두고 제대혈 사업을 시작하신 이유는?
A: 처음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제대혈 은행을 운영한 게 그 시초에요.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전체를 생각하고 병원 안에 제대혈을 모아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공하자고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병원 안에서 의사라는 직분으로 하다보니까 한계가 있더라고요. 왜냐하면 그 사업을 하기 위한 재원도 필요하고, 모아둔 제대혈을 다른 병원에 넘겨줘야 할 때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죠. 그런데 때마침 벤처 붐이 불었고, 선배들과 얘기하면서 사업화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Q : 교수 일만 하다가 사업을 시작하니 초반에 어렵지 않으셨나요?
A : 제대혈은 분만실에서 바로 뽑아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산부인과 의사선생님들의 이해가 필요해요. 왜냐하면 이게 제대혈이 나중에 난치병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제대혈을 채취해줄 것 아니에요? 그런데 당시 제대혈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던 때라, 의심부터 하고 들었죠. 그걸 설득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죠.
Q : 사업을 하면서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다던데?
A : 2003년도엔가? 제대혈이라는 것이 막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10개가 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대혈 은행에 대한 잘못된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그 동안 공들여 만들어놓았던 시장이 한 순간에 얼어붙었죠.
이제 좀 회복되나 싶었는데 2005년도에 ‘배아줄기세포 사태’가 터져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겪었어요. 혹자는 황우석 사태라고도 하죠. 저희는 제대혈 사업뿐만 아니라 제대혈의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치료제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었거든요. 그 때만 해도 전 국민적으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커서 줄기세포라는 것에 대한 일반 분들의 반감과 의심이 상당했어요. 저희가 개발했던 부분은 그와는 전혀 다른 분야였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것들을 잘 몰랐었죠.
Q : 방금 말씀하신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A : 저희가 제대혈 보관 사업을 주력으로 하긴 하지만 사실 메디포스트(주)의 궁극적 목표는 제대혈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난치병 치료제를 만드는 거예요. 곧 줄기세포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이 시판 될 것이고요. 이외에도 알츠하이머 등 여러 난치병 영역에 있는 치료제들을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제 평소 신조가 오늘을 잘하면 일주일이 잘되고 일주일을 잘하면 한 달이 잘 된다 라는 겁니다.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바이오 사업이란 것이 인간의 생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거든요. 제가 배운 걸로 여러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좋은 일 하는 것 자체가 좋아요.
더 먼 미래를 본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들을 많이 만들어서 전 세계 환자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줄기세포하면 메디포스트(주)가 대명사 급으로 얘기되는 것. 뭐,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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