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살해 협박'한 20대 남성,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길고양이는 유해 동물" 허위 사실 주장
"고양이 돌보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

길고양이 밥그릇에 수개월간 살해 협박 편지를 남긴 혐의를 받는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어제 (22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 형사단독7부 정철민 부장판사는 협박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에 있는 길고양이 밥그릇에 한 '캣맘'을 향한 협박 메모를 남긴 방식으로 16회의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길고양이가 '유해 동물' 이라는 허위 사실을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고양이 돌보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했습니다.

또한 길고양이를 인질로 삼아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동물권 행동 카라가 공개한 협박 편지를 보면 A씨는 지난해 9월 고양이 밥그릇에 "흉기 구매 완료", "목부터 찌르겠다"고 쪽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평소 피해자의 동선과 길고양이 돌보는 장소를 파악했던 A씨는 "칼부림 나면 나는 정상 참작되어 징역 2년이다. 그러나 뉴스에는 캣맘 피살이 나올 텐데?"라며 협박 이후 살해 결과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특정 캣맘을 겨냥해 "단발머리 너"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협박을 받은 캣맘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성 질환이 생기고 수면 장애를 겪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카라는 A씨 범행이 격해질 것을 우려해 경찰에 고발했으며 경찰은 지문 감식으로 피의자를 A씨로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길고양이 먹이 주는 행위를 그만두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내용과 횟수를 볼 때 죄질이 나쁘다"라며 "다만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불안장애로 정신 치료를 받는 점, 피고인의 아버지가 길고양이 울음소리로 고통을 호소한 점을 고려한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런 판결과 관련 동물권 행동 카라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전진경)는 "동물에 대한 혐오가 사람을 향한 공격으로 이어진 경우로 피해자는 수면장애와 면역성 질환까지 겪었다"며 "무고하게 수개월 동안 협박을 당해야 했던 피해자의 고통이나 두려움에 대한 내용이 판결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아 피해자의 안전은 뒷전인 매우 무책임한 선고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카라는 피해자의 고통과 두려움에 대한 내용이 판결문에 언급되지 않은 점을 들며 "피해자가 살해 협박을 당한 장소는 피고인의 거주지와는 거리가 떨어진 한강공원 구석진 곳으로 고양이 울음소리 문제를 양형의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한 것 또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년 동안 동물 학대 관련 소송 진행했지만, 캣맘을 협박해 유죄가 나온 사례는 이례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지난 1년간 캣맘을 협박해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처벌 받은 사례는 1차례밖에 없었습니다.

고양이 혹은 동물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는 경우 여전히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처벌받은 사례마저도 위험한 물건인 골프채를 휴대하고 협박을 했기 때문에 '특수협박'으로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었습니다.

[정서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oyun0053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