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에 '겨울 오고 있다'던 모건스탠리 보고서 탓에 이달 중순 부진했던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삼성전자 주가에 쏠리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도에 나선 탓에 불안한 등락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26일 한국 유가 증권 시장에서는 코스피 시가 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가 오후 장중 1%넘게 하락했다. 지난 24일까지를 기준으로 13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 종목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26일 장 중 외국인이 155억30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하고 기관 투자자가 32억41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하고 있다.
이날 주가 움직임은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상(기존 연 0.50%→0.75%)하고 올해와 내년 잠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0%에서 2.00%로 낮추면서 유가증권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들여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증권가에서는 이 금액의 90%가 삼성전자에 집중될 것으로 봐왔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에는 메모리반도체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비메모리에서 활로를 찾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외국인이 장 중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 순매수에 들어간 것은 TSMC의 반도체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앞서 25일 뉴욕 증시에서는 TSMC 주가가 전날보다 4.39%오른 결과 1주당 117.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세계 반도체 경기를 보여준다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0.81%오른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이어 개장한 26일 대만증시에서는 TSMC 주식이 오전 장 중 1.50% 넘게 올랐다.
앞서 대만 매체들은 TSMC가 내년 반도체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격 인상 가능성은 1분기 때도 나왔지만 내년 TSMC가 미세 공정 반도체 가격을 기존보다 10% 올리고 나머지 기존 반도체 가격도 15~20% 올릴 것이라는 소식이 다시 한 번 나오면서 회사의 '2022년 1분기 실적'이 좋게 나올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이날 주가 상승으로 일단 선 반영되는 모양새다.
관행적으로 파운드리 업체들은 매년 반도체 가격을 낮춰왔는데 이는 제조 공정 효율성이 높아진 점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매체 배런스는 이런 관행에 비춰볼 때 올해 TSMC가 미세 공정 반도체 가격을 낮추지 않고 유지해온 것만 해도 실질적으로는 가격을 인상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니드햄 증권의 찰스 쉬 분석가는 앞서 연구 노트를 통해 "이미 레벨2급 파운드리 업체들이 반도체 가격을 올려왔고 TSMC가 나중에 가격을 올리는 구도"라면서 "TSMC 반도체 가격이 10%오르면 회사 매출 연간 성장률이 5%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세계 시장 점유율 55%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7%로 2위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