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정비'
정비 개념 중 최상위의 정비 단계로 대규모 정비 시설 및 장비를 운영하며, 하위 정비 단계의 능력을 초과하는 완전 복구 및 재생 정비의 단계입니다.
미국은 지난 8월 한화오션에 자국 군수지원함 '월리 시라호'의 유지·보수·정비(MRO)를 맡겼습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미 MRO 시장은 연간 20조 원입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K 방산의 영토를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해군이 운용 중인 수중무인탐사기(ROV)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도록 전체적인 창정비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군 당국에 따르면 해군 ROV는 도입 이후 단 한 차례도 '전체 창정비(오버홀. Overhaul)'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ROV는 지난 2022년 11월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 잔해를 인양하는 데 큰 역할을 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도 '천마'라는 글씨가 선명히 새겨진 북한의 발사체를 인양하는 데 역할을 했습니다.
문제는 2012년 ROV를 설치했으니 올해까지 12년째 전체 창정비 없이 운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해군의 계획정비 및 창정비 계획안을 살펴보면, 도입 후 18년인 2030년에 운영 중인 3대 중 1대만 전체 창정비를 할 뿐 전면적인 전체 창정비는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군 측은 "현재 해군 수중무인탐사기는 작전 운용에 문제없으며,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방사청의 신속시범사업을 통해 ROV에 대한 정비 지원, 수리부속 보급 등 후속 군수지원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ROV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핵심 정보수집에 실패할 수 있다"며 "해군 측이 수중 무인탐사기의 작전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은 고장 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군 장비 운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해군이 밝힌 방사청의 신속시범사업 역시 계약이 체결됐거나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성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기간 수중무인탐사기 관련 정비 지원 및 후속 군수 지원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2월 미 국방성에 ROV 오버홀 정비를 위한 사업타당성 검토서를 제출했고 올해 8월 일부 정비를 받은 뒤 11월에도 광케이블 외주정비 계약을 할 예정이나 전체 창정비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수위가 높은 가운데 작전 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할 구체적인 계획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MBN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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