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세밀한 현미경
운명, 우연, 사랑, 그리고 영혼과 영혼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에 대한 탐구를 훌륭하고 감동적으로 표현한 영화.”(-「뉴욕타임스」) 영화는 깊이 있는 사랑과 관계, 인연에 대해 침착하게 성찰한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성’(유태오)는 같은 반 친구이자 첫사랑인 ‘나영’(그레타 리)이 12살에 토론토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헤어지게 된다. 12년 후 나영은 어느 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린 시절 첫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또 한 번의 12년을 보낸 후 뉴욕을 찾은 해성을 다시 만난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자신의 남편과 뉴욕에 잠시 들른 어린 시절의 연인 사이에 선 셀린 송 감독이, 마치 다른 차원이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기이한 감정을 느꼈던 자전적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직접 겪은 이민자의 삶과 자국을 향한 그리움 등은 그래서 더 영화에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담은 섬세한 연출이 몰입도를 더한다. 영화는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기예르모 델 토로), “미묘하게 아름다운 영화”(-크리스토러 놀란), “영리하고 자신감 넘치며 독창적인 영화”(-다니엘 쉐이너트)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 CJ ENM)
‘해성’ 역은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레토>에서 ‘빅토르 최’를 연기했던 유태오가 맡았다.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인연의 끈을 잡기 위해 용기를 낸 해성의 감정 변화를 유태오는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러시아 인형처럼><더 모닝 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레타 리가 ‘나영’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로 24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친 주인공들의 복합적인 관계성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한국적인 운명의 개념인 ‘인연’은 작품 속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낭만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고, 이민자의 삶, 우리 모두가 겪어온 과거와의 이별, 그 깊이 있는 애도에 어우러지는 키워드로 기능한다. 제목인 ‘너와 나의 전생’이나 ‘인연’보다는 삶을 형성하는 사랑과 힘, 관계에 대한 성숙한 애도로 기억되는 영화다. 러닝타임 105분.
(사진 CJ ENM)
[글 최재민 사진 CJ ENM][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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