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으로 기억하는 생의 순간들
2014년 프랑스에서 출간하자 바로 베스트셀러가 된 동명의 소설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은 청년의 장기가 기증되기까지 24시간의 기록을 다루고 있다. 300여 장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연극은 원작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살려 한 사람이 연기하는 1인극의 형태로 각색했다.
극은 2019년 초연에 이어, 2021년, 2022년까지 세 차례 관객을 만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연출 민새롬, 번역 임수현, 음악 박승원에 이어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 등 전 시즌에 함께했던 배우들이 다시 모여 관객의 심장에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연극은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되는 24시간의 과정을 그린다. 무대에 등장하는 한 명의 배우는 죽음을 맞는 시몽부터,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 남겨진 가족,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장기 이식 수혜자 등 각각의 인물과 그들을 관통하는 서술자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100여 분 동안 한 명의 배우가 이 모든 인물과 시간을 무대로 불러내는 과정은 ‘치밀한 절제’와 ‘균형’을 요한다. 인물에 대한 집요한 해석을 바탕으로 고도의 집중력 속에서 보다 더 선명하게 장면을 이야기하려는 배우의 노력과 연기를 바라보며, 관객들은 무대예술의 한 장르로서 1인극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된다.
(사진제공 프로젝트그룹일다_사진 KIM ILDA)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무대, 영상, 조명 그리고 음악의 정교한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아왔던 작품이다. 무대는 검은 상자 형태를 띠며 의도적으로 빈 공간을 만들었다. 비워진 공간은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빛을 통해 각 인물과 장면을 구현한다. 비스듬히 놓인 상부는 거대한 스크린으로도 사용되는데, 스크린 가득 영상이 띄워지며 거대한 파도의 영상과 소리가 공간을 압도하는 순간은 공연의 백미다. 장면의 정서와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음악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깊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 정성숙은 “이 극은 죽음에서 시작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초연하고, 담담하게 생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한다.
프랑스에서 50만 부 이상 판매된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원작 소설은 2016년 맨부커상 국제부문 후보에 올랐고, 오랑주 뒤 리브르상 등 전 세계 11개 문학상을 받았다. 원작의 아름다운 문장을 무대 언어로 그려낸 연출과 미장센이 놀랍다. 2017년 몰리에르 어워드 1인극상 수상작답게 1명의 배우가 끌고 가는 완성도, 그리고 생명과 죽음을 담아내는 깊이 있는 철학의 메시지를 담은 수작이다.
(제공 프로젝트그룹일다)
Info
장소: 국립정동극장
기간: ~2024년 3월10일
시간: 화~금요일 7시30분 / 토, 일, 공휴일 2시, 6시
출연: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
장소: 국립정동극장
기간: ~2024년 3월10일
시간: 화~금요일 7시30분 / 토, 일, 공휴일 2시, 6시
출연: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프로젝트그룹일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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