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홍매화 축제 수상작 발표…부처님오신날 시상식
지난달 화엄사 경내가 들썩거렸던 이유는 바로 붉게 핀 홍매화 덕분입니다.
붉은 '화엄매'는 마치 코로나19를 벗어났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올해 유독 꽃의 빛깔이 선명했습니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진작가과 관광객들은 굳이 콘테스트 참여가 아니더라도 렌즈 속에 '화엄매'를 담기 바빴습니다.
전문 프로작가 사진 콘테스트 부문 조계종 교육원장상을 받은 신성자 작가의 '비 속의 매화' / 사진=화엄사 제공
그 아래 청소년들의 백일장 참가자들은 따스한 봄날,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글솜씨를 발휘했습니다. '절집과 홍매', '부처님과 홍매화', '홍매화의 사철'. 글의 주제에 맞춰 저마다 쓴 글은 모두 훌륭했지만, 굳이 순위를 정해 발표했습니다.
당일 마감된 작품 가운데 6명의 고등학생과 6명의 중학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지리산 화엄사까지 찾아 준 고마움을 담아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고교 최우수상에는 광주 정광고 김호영 학생, 총무원장상에는 수원 청명고 이소민 학생, 교육원장상에는 구례고 오승환 학생, 포교원장상에는 김채윤 학생, 동국대이사장상에는 정광고 박세윤 학생, 동국대총장상에는 경기 화성 나루고 이하늘 학생이 각각 선정됐습니다.
또 중학생 가운데는 광주 정광중 염소윤 학생이 최우수상(도교육감상)을, 광양제철중 양예원 학생이 총무원장상을, 정광중 강채영 학생이 교육원장상을, 세지중 신우림 학생이 포교원장상을, 구례북중 박나영 학생이 동국대이사장상을, 정광중 김수아 학생이 동국대총장상을 각각 수상하게 됐습니다.
전문 프로작가 사진 콘테스트 부문 포교원장상을 받은 정성주 작가의 '홍매화의 사랑' / 사진=화엄사 제공
한편, 홍매화 전문 사진작품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상(최우수상)에는 김진관씨, 교육원장상에는 신성자씨, 포교원장상에는 정성주씨, 화엄사 교구장스님상에는 형남진씨가 선정되었으며, 휴대폰카메라 수상작으로는 교구장스님상에 이동희씨, 부주지스님상에는 서보미씨, 총무국장스님상에는 한중도씨, 교무국장상에는 전혜원씨, 포교국장스님상에는 오향숙씨, 불교리더스포럼상임대표 상에는 송임숙씨가 마지막으로 화엄사 신도회장상에는 김찬일씨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화엄사 홍매화축제에서 주지 덕문스님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사진=화엄사 제공
홍매화축제를 마무리 한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3회째를 맞은 만큼 홍매화축제 관련 행사가 더욱 풍요로워졌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화엄사는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 국민과 함께 하는 나눔의 불교, 원융살림의 화엄도량을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 합니다" 라며, "2024년에는 구례군민과 함께 대중에게 가까이가는 화엄사로 만들겠다라"며 소회를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의 수상작들은 화엄사 2024년 달력과 홍보물에 게재하게 되며, 홍매화 사진 전시회를 갖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전문작가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2024년도 홍매화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영광을 가지게 됩니다. 더불어 모든 출품작 사진의 저작권은 화엄사와 구례군에 귀속되며, 시상은 오는 5월 27일 오전 10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시상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스마트폰 사진 부문 제19교구 지리산 대화엄사 교구장스님상을 받은 이동희 씨의 '300년 풍상을 견디며 용트림하는 화엄사 홍매화' / 사진=화엄사 제공
홍매화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정광고 김호영 학생의 시입니다.
▲ 절집과 홍매
천년고찰 화엄사에서 겨우내 웅크리고 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관계지어 있다는 연기설
화엄의 교리를 터득하기 위한 시간 무채색의 시간엔 그림을 그린다
견디기로 밑그림을 그리고 버티기로 명암을 넣는다
곳곳에 여백을 두어 비움을 채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덧칠로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면 고양이 자세를 취한다
허리를 낮게, 더 낮게 꽃눈이 나오는 자세인 것처럼 바닥까지 닿는다
밑바닥에 머문다는 것은 빨지 못한 옷을 다시 입어야 하는 것처럼
냄새를 떼어내는 불편보다 주위의 시선을 견디는 일
흔들리는 안과 흔들려는 바깥에서 휘청일 땐
얼른 중심선 긋기 중심에서 상하 좌우를 데칼코마니처럼 그리기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하는 것인 만큼
접이식 책상처럼 무릎을 꿇어 명상을 섞어 혼합색을 만들거나 물구나무서기로
바라보는 각도를 바꿔야 한다
나무껍질을 당당히 뚫고 나와 가지에 바짝 붙어있는 흰 눈물을 품은 꽃 홍매화
내 안과 내 바깥이 조용해지는 순간이다
붓끝에는 유채색 시간이 머물고 향기는 병아리처럼 봄바람을 따라다니고
스마트폰 사진 부문 제19교구 지리산 대화엄사 교무국장스님상을 받은 전혜원 씨의 '홍매화 백일장' / 사진=화엄사 제공
홍매화 백일장 최우수상을 받은 정광중학교 염소윤 학생의 시입니다.
▲ 당신의 길
살 길을 찾듯이, 동아줄을 찾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다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내 느껴오던 나의 방황을 어렴풋이 알아차린 순간부터 멎었던 눈물이 왈칵하고
그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힘든 마음과 다르게 어느 순간부터인가 익숙해지고 있었다.
언젠가 주변은 알자 비틀어지고, 그 곳으로 향하는 길은 더욱 선명하고
밝아질 것이다.
그 길은 홍매화가 가득 펴 있고 우리는 그 옷을 아무 걱정도 없이 걸어갈 수 있겠죠
홍매화가 피지 않는 한 겨울에도 우리는 춥지 않죠.
부처님, 당신의 따스한 마음에 묻혀 잠을 들 수 있으니
지금은 홍매화가 핀 봄 날 입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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